신간 <산하대지가 참빛이다>(장경각)의 주제는 제목이 시사하듯 ‘산하대지가 그대로 진리의 빛’이다는 것과 ‘일미진실(一味眞實)’이다.
산하대지가 진리의 빛이라는 것은 이 우주가 그대로 부처의 몸이고 법당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세상을 떠나 부처도 진리도 찾을 수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지금 이 자리가,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부처님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일관된 가르침이기도 한다.
‘일미’란 부처님의 여러 가지 가르침은 서로 다른 듯하지만 그 뜻은 오직 하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우주도 궁극에는 하나의 진리로 함축된다.
이론물리학을 전공한 지은이 양형진(44ㆍ고려대 물리학과) 교수는 이러한 점에 착안해 불교의 중심사상을 자연과학자의 시각으로 설명한다.
지은이는 들머리에서 과학과 불교는 다르다고 말한다. 과학은 ‘나’ 밖에 존재하는 대상을 파악하고 분석하여 이를 이해하려는 작업인 반면, 불교는 ‘나’이외의 어느 곳에서 부처를 구하려는 것도 아니고 ‘나’이외의 어느 곳에서 해탈을 얻으려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교와 과학이 그 자체로는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두 분야 모두 철저하게 의심(疑心)해야 한다는 접근법에는 공통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현상의 본질과 원리를 끝까지 의심하며 파고든다는 점에서 불교와 자연과학은 접근방식이 같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주장하고 있는 불교와 과학을 연관시켜 주는 보다 중요한 열쇠는 과학이 자연의 실상을 파악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이다. 지은이는 자연과학을 통해 보다 정확한 실상을 알게 되면, 그것이 곧 불교의 가르침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체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책은 보다 구체적으로 불교와 과학의 논의가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를 불교사상의 특성과 자연과학의 예를 통하여 살핀다.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을 통해 불교의 연기론을 설명한다.
사과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와 차고 기우는 달이 동일한 운동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직관을 사용하여 만유인력이라는 우주의 보편 법칙을 끌어낸 것이 물리학이라면, 서로 상관없게 보이는 존재자들도 그 내면의 깊은 곳에서는 무한한 상호 연관성과 의존성을 가지고 있다는 연기론을 제시한 것이 불교라는 것이다.
이처럼 지은이가 강조하는 불교사상의 핵심은 연기다. 법계의 모든 것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가르침이다.
지은이는 물리ㆍ생물ㆍ자연과학의 측면에서 연기ㆍ공ㆍ무아 등 불교의 핵심사상을 설명하면서 자연과학이 제시하는 세계상이 부처님의 가르침과 같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고 말한다.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은 현대불교신문에 현재했던 글과 몇편의 논문 그리고 강의록 등을 정리한 것이다. 값 8천원.
김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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