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 신라사회는 삼국간의 항쟁을 마치고 넓어진 영토를 토대로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이 통일기의 중심에 서서 활동했던 수행자가 바로 의상(義相ㆍ625-702)스님이다.
낙산사 의상기념관에서 펴낸 <의상의 사상과 신앙연구>(불교시대사)는 사상가, 구도자, 실천적 신앙인이었던 의상스님 관련 논문 400여 편 가운데 12편을 가려 뽑아 엮은 책이다. 의상스님의 구도설화를 배경으로 창건된 낙산사에서 이 책을 낸 것은 어쩌면 당연한 발상. 그러나 이 책의 미덕은 단순히 행적을 탐구한 논문 모음에 있지 않다.
사실 수행자의 행적은 사상을 되비치는 거울이다. 한 사람의 사상은 그가 살던 시대상황 속에서 형성될 뿐 아니라 시대의식을 이끌어가기도 한다. 그래서 한 사람의 사상 속에서 그가 살았던 시대의 모습과 그 시대를 살아가는 생각을 그려보는 것은 역사적 사상 탐구 작업의 중요한 과제다.
의상스님의 <화엄일승법계도>를 보자. 이것은 신라 통일기 화엄교학의 근거가 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화엄사상이 근간이 되고 있다. 흔히 법성게로 부르는 이 게송은 지금까지도 <화엄경>의 대의를 가장 잘 요약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불교를 이해하는데 있어 의상계 화엄을 빼놓을 수 없을 정도다.
의상스님은 화엄 사상가로서 뿐만 아니라 실천적 구도자로서도 남다른 행적을 남겼다. <백화도량 발원문>은 그가 얼마나 진지한 구도자인가를 엿보게 한다. 특히 낙산사 홍련암에서 관세음보살을 친견하기 위해 바다에 몸을 던진다는 구도설화는 마치 설산 동자가 게송 한 구절을 얻기 위해 절벽에서 몸을 던지는 <본생담>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의상의 생애와 신앙’, ‘의상의 화엄사상’ 등 2부문으로 구성된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의상스님의 사상과 행적의 진면목을 추구한 한국불교학계의 노력을 총결집했다고 할 수 있다. 값 2만원.
김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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