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서양화 기법을 중심으로 그림을 배운다. 물론 한국화도 배운다. 하지만 서양화에 비하면 그 비중은 매우 작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선조들의 그림을 보면서도 더 어렵게 느끼는 것이다.
신간 <21가지 테마로 보는 우리 미술>(다른세상)은 세계미술사에 주목을 끌었던 서양의 작품들과 우리 미술을 비교하면서 우리 미술의 원형을 찾는다.
지은이 김경자(한양대 전통종교미술원장) 교수는 가장 한국적인 그림의 첫 번째 예로 단청을 든다. 그 이유는 어느 회화도 감히 누를 수 없는 회화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 이를 설명하기 위해 지은이는 수평과 수직의 선을 그어 세계미술사에 ‘차가운 추상’이라는 획을 그은 몬드리안의 ‘브로드웨이 부기우기’와 대비한다. 그리고 지은이는 말한다. 몬드리안이 과학문명의 질서를 향한 인간의 고뇌를 그렸다면, 단청은 하늘의 질서를 향한 인간의 고뇌를 그렸다고.
고흐의 ‘자화상’과 김명국 씨의 ‘달마도’에 대한 분석도 살펴보자. 지은이는 ‘자화상’의 눈동자처럼 ‘달마도’의 눈동자도 피할 수 없는 정기를 담고 있다고 말한다. “달마의 눈동자에서는 공허함이 느껴진다. 불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일 것 같은 무서운 속도의 시선이 거기에 담겨 있다.”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현상은 무상하지만 그 무상까지 초월하는 곳에 영원의 자유가 존재하는 것이니 그렇게 한 우주를 열어젖히는 것이 김명국 씨의 ‘달마도’요. 달마의 눈동자란 것이다.
책은 이외에도 불교의 수미단과 마티스의 파란 누드 Ⅳ, 고려의 수월관음도와 가우디의 성가족 성당, 불교의 감로탱과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지옥도 등 21가지 단락으로 나눠 한국미술과 서양미술 또는 일본미술과의 비교를 통해 한국화의 미학을 제시하고 있다. 값 1만2천원.
김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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