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꽃담>(시공사)은 30여 년을 대구에서 생활을 한 비구니 해만 스님이 외딴 섬 비진도에서 1년 가량 홀로 생활하며 겪은 에피소드를 소박하게 담아 낸 산문집이다.
스님은 토굴생활은 겨울이 채 끝나지 않은 2월부터 시작된다. 정진을 위해 처음으로 만든 것은 수행계획표.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도 아니었다. 아무도 스님을 지켜봐 주고 있지 않기에 필요한 시간표였다.
스님의 하루 일과는 이렇다. 새벽 2시 30분 기상, 예불, 참선 운동 그리고 오전 8시30분부터 10시까지 참선에 들어간다. 참선이 끝난 후 점심공양을 위해 솥에 쌀을 안치고 뜸이 드는 동안 법당에서 108배를 올린다.
그리고 포행과 울력 그리고 잠자리에 드는 11시까지 참선을 하거나 책을 본다. 하지만 스님은 토굴 생활을 하면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자신에게 관대해지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이 책에는 수행의 이야기보다는 토굴생활을 하면서 겪은 에피소드가 더 많다. 김치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공양 때가 아닌데도 흰 밥에 김치 한조각 얹어 먹던 이야기, 끈끈이에 희생된 파리를 위해 나무아미타불을 염불하는 이야기 등을 비롯해 뱀, 염소, 벌레 등 자연에 대한 단상과 사람과 자연의 조화로운 삶에 대한 생각을 일상 속에서 펼친다.
또한 집착없는 삶을 위한 인간적인 고민과 노력의 흔적도 진솔하게 담겨 있다. 값 7천5백원.
김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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