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공학이라는 창을 통하여 배운 부처님의 가르침을 정리한 <로봇에게 배우는 불교>(경서원)가 우리말로 옮겨져 나왔다.
지은이는 일본 로봇 공학계의 권위자 모리 마사히로 씨. 그는 로봇에게도 불성이 있다고 말한다.
다소 허황된 주장이라고 판단할 독자들을 위해 그는 들머리에서 “기계적 고안물인 로봇이 무슨 불성을 있느냐는 식으로 생각한다면, 그런 사람들은 불교도 로봇도 알지 못한다”고 말문을 막는다.
지은이는 고등학교를 꼴찌로 입학해 꼴찌에서 두 번째로 졸업할 정도로 성적은 엉망이었지만 수학과 물리에는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나고야대학에서 전자공학을 공부한 그는 사회에 첫발을 디디면서 다소 엉뚱하게도 ‘손가락 연구’를 시작한다. 이것이 바로 그가 로봇의 권위자가 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이 연구에서 몸의 균형 유지, 온도계, 계산기 등 손과 손가락의 역할과 기능이 무긍무진함과 그 중요성에 대해 새삼 깨닫는다.
그리고 손가락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알면 우주의 진리를 이해할 수 있다는 나름의 철학을 얻는다. 새끼손가락의 경우, 그 가늚과 작음으로써 인간 전체를 살린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삶의 진리를 로봇 연구를 통해서 배웠다”고 고백한다. 불성도 마찬가지다. 그는 로봇의 불성 탐구를 통해 인간 불성을 찾는다.
“우리들은 모두 공(空)에 의해 발현된 색(色)과 다름없다. 이것이 바로 ‘머리털 한 올에 이르기까지 불성이 있다’는 부처님의 말씀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면 로봇은 어떠한가. 지은이는 로봇 또한 공(空)에 의해 만들어진 색(色)의 일종이라고 주장한다. 로봇은 공에 의해 만들어진 인간이 만든 것이므로 결국은 공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란 얘기다.
부처님께서 돌멩이에도 불성이 있다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은이는 말한다. “내가 만든 로봇은, 부처님에 의해 만들어진 내가 설계 제작한 것이므로, 부처님이 로봇을 설계 제작한 셈이다.”
이렇게 보면 부처님께서 만든 인간이 부처님께서 부여한 의지에 의하여 같은 부처님께서 만드신 기계를 조정하며 제어하고 있다고 해도 마땅할 것이다.
결국 이 우주의 모든 것은 부처님의 뜻한 대로여서, 제어하는 편도 제어당하는 편도 불성의 발현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기계(로봇)를 작동할 때 자신이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은이의 생각은 반대다. 부처님이 불성을 움직이고 있다고. 값 9천원.
김중근 기자
gamja@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