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무대에서 활동을 더욱 강화하는 티베트의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낙태를 반대하지만 인구증가에도 강력히 반대한다. 또 늘어나는 국제결혼에 대해 긍정적인 반면 세계화의 전령이나 다름없는 `시장의 법칙'에는 찬성하지 않는다.
「달라이 라마 지구의 희망을 말한다」(롱셀러ㆍ오정숙 옮김)는 이처럼 불교의 교리나 수행법을 아예 제쳐놓고 세속 문제에 대한 달라이 라마의 생각을 대담 형식으로 펼쳐보인다. 대담 상대는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장 클로드 카리에르.
지구의 인구증가에 대한 달라이 라마의 입장은 현실적이면서도 단호하다.
"산아제한은 불행한 일이죠. 게다가 낙태는 위험한 행위입니다. 저희는 물론 반대합니다. 그러나 한 발자국 떨어져 사물을 보면, 이 지구상에는 인구가 너무 많고 내일이면 인구과잉이 더 심각해지리라는 사실을 곧 깨닫게 됩니다. 이제 더이상 윤리의 문제도, 우리 정신의 복잡미묘한 아름다움을 칭송하는 문제도 아니예요. 그야말로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죠."
달라이 라마의 이같은 `유연한' 사고는 불경에 대한 생각에서도 드러난다.
"시간의 흐름에 떠밀려가는 이 세상에서 죽어라 불경 말씀만 지키려고 한다면 제정신이 아니지요. 틀린 점이 과학에 의해 밝혀지면 불경을 바꿔야 합니다."
그는 인류가 진보하고 있으며 이에따라 인류의 앞날도 밝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런 낙관주의 이유 중 하나로 `하나로서의 인류'라는 개념이 예전보다 오늘날 훨씬 강해지고 있으며 국적과 문화가 언어가 다른 남녀 사이의 결혼이 늘어나고 있고 인류가 핵무기의 위협으로부터 빠져나오고 있는 점 등을 들었다.
그러나 그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시장경제를 위시한 세계화의 물결에는 반대 입장을 취했다.
"시장의 법을 따르는 이유는 단순한 상업적 경쟁 때문이라는 핑계를 대긴 하지만, 이런 것이 바로 새로운 유형의 식민지 정책이라는 걸 전 의심치 않습니다."
달라이 라마는 자신이 모르는 문제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솔직히 말하는가 하면 조금 까다로운 문제에 대해서는 대답하기 전에 오래 생각하고 대담자의 말을 경청하는 등 티베트인들로부터 `성하'라고 불리는 것과 달리 인간적으로 매우 진솔한 모습을 보이면서 대담에 응했다.
영화 「양철북」의 시나리오를 쓰기도 한 대담자 카리에르의 깊이있는 독백과 적절한 질문이 잘 어우러져 달라이 라마의 생각이 더욱 분명하게 전해온다. 304쪽. 8천800원.
2001.1.1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