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불교학자 데이비드 깔루빠나가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부처님의 일대기를 드라마틱하게 재구성한 <싯다르타의 길>(재연 스님 옮김, 숨)이 우리말로 옮겨져 나왔다.

그동안 출간된 석가모니 부처님 일대기가 출생과 성도, 그리고 전법 위주로 다루었다면, 이 책은 부처님의 유년시절부터 열반에 이르기까지를 일목요연하게 다루고 있다. 특히 부처님 열반이후 수많은 추측을 불러일으켰던 성도 이후 7일 동안의 행적도 소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기초자료는 빠알리 경전. 때문에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다소 낯설지만 이것이 이 책을 신선하게 읽히게 하는 이유다. 40개의 장면으로 구성된 이 책의 이야기들은 영화를 보듯 선명하게 묘사되어 있다. 또 책의 말미에 수록한 각 이야기들의 출처는 연구자료로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치밀하다.

무엇보다 이 책이 갖고 있는 백미는 대화 속에 녹아 있는 인도사상이다. 유년 시절의 친구 까삘라를 통해 상캬 학파의 사상을 전하고 있으며, 웃달라까와 야즈냐발캬는 정통 인도사상인 우파니샤드 사상을 알려준다. 게다가 핵심주제에 대한 논의를 간결하면서도 명쾌하게 이끌어감으로써 인도사상과 불교사상과의 관계를 복합적으로 이해하는 데도 적잖은 도움을 준다.

불교의 어렵고 난해한 사상과 교리를 부처님의 일대기를 읽으면서 터득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얻게되는 덤이다. 값 9천8백원.

김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