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최초로 사용한 도구는 돌이었다. 구석기, 신석기시대로 부르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돌 다루는 기술의 발달은 문명의 발달을 의미한다. 인간은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돌 속에 담았고, 이렇게 탄생된 조형물들은 시대를 초월해 모두의 마음 속에 새겨져 같은 희망을 품게 한다. 수천년이 지난 지금 옛 사람들은 없지만 돌은 남아 있다. 이처럼 돌이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 왔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물론 불교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 점에서 불교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 돌 조형물은 주요한 키워드가 된다.
은광준(한국고고학발굴연구회장)·손영식(전통건축연구소장) 씨 등 고고미술사학과 건축 전문가 4명이 쓴 <징검다리 건너 석성에 오르다>(다른세상)는 '돌로 이룬 우리 문화'라는 주제로 석축, 돌다리, 석성, 고인돌, 석물 등에 돋보기를 들이댄다. 이를 통해 글쓴이들은 수백, 수천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해오는 돌 건축물에서 우리 민족의 문화와 미학은 물론 불심의 세계까지 읽어낸다.
그렇다면 불교에 있어 돌은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석축'에 대해 연구한 박방룡(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원) 씨는 '사라진 옛 절터를 소생시키는 단서'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는 이 점에 대해 깊이 있게 탐구한다. 즉 옛 절들의 존재를 알려주는 것이 바로 석축이라는 것이다. 불상 불전 탑 등이 모두 사라지고 흔적만 남은 옛 절터에서 가람배치를 추측할 수 있는 것이 주춧돌이다. 이 주춧돌은 가람배치를 추측할 수 있는 단서이고, 가람의 전체적인 위치가 파악되면 그것을 토대로 남아 있는 탑과 문양 등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옛 절터에서의 돌은 법당은 물론 절의 구조를 알 수 있는 단서가 된다는 것이다. 경주 황룡사지와 감은사지가 대표적 예이다.
또 석축은 이러한 의미뿐만 아니라 상징적 의미도 지니고 있다. 바로 두 개의 세계를 구성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하나는 번뇌와 고통으로 괴로워하는 중생이 있는 현실세계이고, 다른 하나는 부처님이 계시는 세계이다. 또 석축을 부처님의 집을 떠받드는 연화대좌로도 여긴다. 가장 낮은 위치에 있으면서 항상 맑은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석축은 부처님을 짊어짐으로써 불국의 세계로 인도하는 디딤돌 역할을 한다. 사찰의 돌다리는 통행을 위한 수단 외에 피안으로 가는 길목이란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가 살아온 공간과 시간 속에서 태어난 돌 조형물에는 우리네 삶의 이상이 오롯이 함축돼 있다. 특히 사찰의 석축과 석탑 등에는 깨달음을 향한 치열한 신앙과 불교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금도 우리는 사찰의 석축이나 돌다리, 그리고 여러 돌 조형물을 보면서 정교하고 과학적인 면에 놀라고 자연과 조화를 이룬 아름다움에 감탄한다. 그런데 이러한 선조들의 조형적 기예는 생활문화 속에 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모든 문화예술이 그렇듯이, 삶과 분리된 삶을 떠나서 조직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따라서 이 책은 돌을 통해 본 한국의 역사와 한국미의 원형 탐색이라 할 수 있겠다. 값 9천원.
김중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