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2년 티베트의 깡자짜 마을에서 한 사내아이가 태어났다. 그는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친척들에게 사기까지 당해 노예와 같은 생활을 하게 된다. 결국 그는 원수를 갚기 위해 그 친척들을 모두 죽인다. 하지만 그는 그 충격으로 방황을 하다 마르빠라는 스승을 만나 수행자의 길을 걷게 된다. 20여 년 만에 깨달음을 얻은 후에도 동굴생활을 계속하며 틈틈이 마을로 내려와 보시자들에게 노래로 가르침을 전한다. 열반에 들 때까지 그는 수많은 중생을 웃기고 울리며 교화했다. 그가 바로 미라래빠(1052∼1135)이다.
최근 시공사에서 샴발라 총서 일곱 번째 권으로 나온 <미래래빠의 십만송1·2·3>(이정섭 옮김)이 미라래빠 깨달음의 핵심을 담고 있는 책이다. 티베트불교의 정수를 담고 있는 경전일 뿐만 아니라 문학적으로도 가치가 높은 이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 '시험당하는 미라래빠'에서는 깨달음의 초기에 나타나는 현상인 비인간(非人間)과의 만남을 다루고 있다. 유령이나 천신의 모습을 보고, 그것이 모두 본질적으로 마음의 작용임을 깨달을 때 이런 현상이 저절로 사라진다는 내용이다. 2부 '미라래빠와 제자들'에서는 미라래빠가 본격적으로 중생 교화를 시작하면서 제자들을 만난 내력과 그 때 부른 노래가 기록되어 있다. 3부 '전해지는 이야기들'에는 짧은 이야기와 노래들이 수록되어 있다.
우리는 이 책에서 인생사의 온갖 모습을 볼 수 있다. 여려 도덕적인 교훈과 정신적인 가르침을 볼 수 있고, 우리의 관념을 초월하는 여러 가지 사건, 즉 기적의 시현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인간의 완성을 추구해 가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온갖 길잡이들이 제시되어 있다는 것이다. 수세기 동안 티베트의 수도자들과 일반인들이 정신적 위안과 기쁨의 원천으로 삼았던 점이 이를 반증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 책은 인생을 진지하게 살아가려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한 번 읽고 버릴 책이 아니라 두고두고 되새기면 읽을 수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각권 값 1만원.
김중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