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고 풍요로운 생활과 굶주리고 비참하게 죽어 가는 삶이 공존하는 나라, 인도. 그들에게 있어 삶과 죽음을 무엇일까."
법륜(좋은 벗들 이사장) 스님이 석가모니 부처님이 태어나신 땅, 인도에 첫 발을 디디며 품은 화두이다. 그때부터 스님은 그 의문을 풀기 위해 10여 년 동안 부처님의 발자취가 서린 인도의 불교성지 구석구석을 찾아 다녔다. 그리고 그 해답의 한 자락을 책으로 풀어놓은 것이 <부처님의 발자취를 찾아서>(정토)다. 이 책은 법륜 스님이 부처의 땅, 인도를 순례하면서 느낀 체험과 동행자들에게 부처님의 삶과 가르침, 그리고 유적들에 대해 설명한 내용을 적은 인도순례기이자 안내서다.
부처님의 성지를 찾는 본래의 목적은 허물어진 탑이나 건물을 보기 위함이 아니다. 그 속에 담겨져 있는 살아 있는 부처님의 고뇌와 체취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가르침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참다운 성지순례가 될 것이다. 법륜 스님의 성지순례도 이와 다르지 않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부처님이 살았던 시대상황과 그 당시 사람들의 고뇌를 먼저 알아야 한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법륜 스님은 보는 자가 아닌 부처님과 똑같이 실천하는 주체가 된다. 그래서 스님의 인도순례는 '고행'이라 할 정도로 힘겹게 진행되었다. 즉 '왜 부처님이 출가하지 않으면 안되었는가'라는 의문이 아니라, 직접 부처님의 입장으로 돌아가 체험해 보는 것이다. 스님은 부처님의 출가 이유를 가장 이해할 수 있는 곳이 캘커타라고 말한다.
"집을 떠났다는 단순한 의미로서의 출가가 아니라, 정말 인생에 대해서 고뇌하지 않으면 안되고 새로운 길을 열어 보이지 않으면 안 되는 위대한 인간으로서의 발돋움, 그런 의미의 출가입니다. 캘커타의 숙소 문을 열고 나오면 바로 그 앞에 죽어 가는 사람들이 길바닥에 누워 있습니다. 이 모습은 출가가 왜 사문유관을 통해서 이루어졌는가를 느끼게 합니다."
이 책도 캘커타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최초 설법지 바라나시의 사르나트로 부처님의 발자취를 찾아간다. 이어 수자타의 공양터와 우루벨라 마을에서 가섭 삼형제를 교화하던 모습을 그려보고, 마가다국의 서울이었던 라즈길을 거쳐 파트나와 바이샬리, 그리고 부처님 열반의 땅, 쿠시나가라로 향한다. 부처님의 가르침과 부처님의 삶을 둘러본 스님은 한 인간으로서의 부처님을 이해하기 위해 네팔 국경을 넘어 룸비니를 찾는다. 이곳에서 부처님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출가의 모습을 되새겨본다. 코살라국의 수도였던 쉬라바스티의 기원정사와 천상의 어머님과 마야부인께 설법을 하고 내려왔다는 상카시아를 마지막으로 순례를 마친다.
이와 함께 이 책은 성지에서 부처님이 설한 내용을 가려 뽑은 경전 구절과 성지의 실측도면, 그리고 인도의 사상과 역사를 수록하고 있어, 안방에서도 인도의 불교성지와 교감할 수 있도록 도와 준다.
법륜 스님은 진정한 의미의 성지순례는 여행 중 자기 내면의 변화된 세계를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인도에서 생활하다 보면 경계마다 부딪쳐 짜증나는 일이 수없이 많습니다. 그 때마다 자기 내면에서 일어나는 마음의 변화를 잘 살 필 수 있다면 수행의 여행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고 바깥 경계만 탓한다면 힘만 들고 후회되는 여행이 됩니다." 스님은 또 "순례자의 생각이나 가치관에 따라 인도는 수행의 천국이라는 생각에서부터 이 지구상에서 가장 형편없는 더러운 나라로까지 취급된다"고 전제하고 "그래서 수행자에게 있어 인도는 더없이 좋은 수행 도량이다"고 말한다. 값 1만3천원.
김중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