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등스님의 산문집 <그들은 마음을 보고 있었다>(문학동네)의 책장 속에는 눈 푸른 불자들의 수행생활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 '미국불교를 읽은 창' 역할을 한다. 불교수도원과 선 센터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하는 불자들의 신심이 뜨겁게 느껴진다.
글쓴이는 동국대 불교학과와 일본 고마자와 대학에서 공부하는 등 학승의 길을 걷고 있는 비구니 세등스님. 스님은 불교여성학 연구를 위해 지난 94년부터 4년 간 미국 UC 버클리에서 객원연구원을 지냈다.
이 책은 그 때 만난 눈 푸른 불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낱낱의 단편으로 묶인다. 월남전 참전용사, 화학자, 동성애자 등. 기독교를 국교로 하는 미국에서 불자가 된 이들의 사연들은 가슴 뭉클하기도 하고, 배꼽을 잡을 만큼 우습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가 눈 여겨 볼 것은 그 이면에 숨겨진 그들 특유의 확고한 수행관이다. 우리 불자들의 경우 입문 계기가 부모가 불자이거나 호감 차원이 대부분이다. 반면 미국인들의 경우 철저하게 '참다운 삶' 등 인생의 본질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에 소개된 청년 에릭 그린의 이야기에서도 그런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글쓴이가 버클리 선센터에서 그를 만났을 때는 갓 입문한 초심자였다. 하지만 그를 우리의 초심자와 같은 선상에서 이해하면 곧 후회한다. 불교에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뿐 그의 사상이나 수행은 우리의 구참불자 못지 않다. 선센터와 집에서 매일 좌선수행을 할 정도로 신심이 높을 뿐 아니라 생활 자체도 불교와 맞닿아 있다. '수행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글쓴이의 질문에도 "수행에는 끝이 없고, 깨달음에는 시작이 없다"고 대답할 정도로 불교에 탄탄한 기초를 지닌 청년불자다.
이 책은 이와 같은 눈 푸른 불자들의 수행이야기를 잔잔하게 적고 있지만 독자들의 시선을 잡아채는 것은 글쓴이와 그들의 대화이다. 게다가 띄엄띄엄 소개된 글쓴이와 미국불자들이 주고받은 편지는 그들의 수행의 깊이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래도 이 산문집이 우리의 독자들에게 눈길을 끄는 대목은 불교에 대한 글쓴이의 비판적 시각이다. 그것은 주로 불교 여성학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독립된 주체로서의 여성적 삶을 불교의 근본적 철학으로부터 옹호하는 스님의 시각은 단호하다. 그렇다고 '아니다'는 식의 비판만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설득력도 있다.
몇 사람에 지나지 않은 눈 푸른 불자들의 이야기가 담긴 이 산문집은, 어찌 보면 평범하기 그지없는 책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이방의 불자들이 어떻게 자신의 마음을 찾고 만났는지를 주의 깊게 살핀다면 청량한 정신의 울림으로 다가올 것이다. 값 7천원.
김중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