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7.28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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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섭던 출가시절 '절집살이' 회상
신간 <나의 행자시절>(박원자 엮음, 다할미디어)은 출가수행자의 입문과정인 행자생활을 담은 책이다. 행자들의 시시콜콜한 일상사에서부터 사미계를 수지할 때까지의 고뇌와 의지를 담백한 문장으로 그려내고 있다.

책의 첫 부분을 펼치면 일제 치하에서 초근목피로 살아가던 선조들의 처절한 삶이 가슴을 찡하게 다가온다. 더덕 한 가마니를 지고 동관암에 찾은 처사에게 쌀을 내어주고 겨우내 그 더덕으로 연명해야 했던 두 스님. 그 가운데 한 사람이 해인사 극락전 한주 도견스님.

스님은 남자는 군대로, 여자는 정신대로 끌려가던 시절, 오대산 동관암에서 행자 생활을 시작한다. 은사 스님과 단둘이 사는 동관암에서의 행자생활은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은사 스님이 가르쳐 주시는 <초발심자경문>과 천수경을 외우고 불교의식을 몸으로 익히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생활은 한 스님의 방문으로 완전히 바뀐다. "웃어른 시봉하는 것이 어찌 그러한가"라며 눈물이 쏙 빠질 정도로 야단친 그 스님은, 보름동안 머물면서 시봉하는 법을 엄격하게 가르친다. 밥과 반찬 그리고 빨래하는 것은 물론 은사 스님의 누더기 옷을 깁는 것까지 해야 했다.

책은 도견·석주·원담·탄성·월운 스님을 비롯해 도법·원택·종림 스님 등 중진스님들에 이르기까지 모두 45명의 행자시절 이야기를 담고 있다.

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時便正覺)이라 했던가. 이렇듯 출가자에게 있어서 초발심 내는 때는 바로 구도자로서의 앞날을 결정짓는 시절이다. 이 책은 지금은 중견이나 원로가 된 수행자들의 초발심 시절인 행자시절 이야기를 통하여 구도의 길을 걷고 있는 이들의 처음 마음은 어떠하였으며, 무엇을 향해, 어디고 가고 있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대적 배경은 1900년대. 따라서 그 당시 승가의 엄격한 법도와 생활 습관 그리고 만공·금오·한암·성철스님 등 그 시대를 살았던 선지식들의 선지도 엿볼 수 있다는 점은 덤으로 읽는 즐거움이다.

일반적으로 행자생활은 후원 일과 <초발심자경문> 등 경전공부와 독경, 기도이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스님의 행자 생활은 지금과는 다르다. 꼭두새벽에 일어나 도량을 청소하고 대중스님들의 공양을 준비하는 것은 물론 방방마다 군불을 지피고 장을 보는 일까지 대부분 행자들의 몫이었다. 먹고사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자 어려운 일이었던 어렵던 시절, 배는 곯았으나 깨침을 향한 열정만은 무섭게 타오르던 행자시절의 이야기는 오늘날 출가하는 행자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또 자그마한 실수로 절에서 쫓겨날 뻔했던 일, 허리 한번 못 펴고 일만 했던 시절이었기에 출가의 참뜻이 대해선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는 스님들의 고백은 담담하면서도 처절하게 읽힌다.

행자시절을 고백한 스님들은 대부분 '늘 처음처럼'을 강조한다. 아마 그 마음만 계속 유지할 수 있다면 세상에 이루지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값 8천원.

김중근 기자
2001-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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