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학 논저목록 DB 구축'의 선구자 이철교(동국대 경주캠퍼스 도서관 학술정보서비스 팀장)씨. 그는 불교학계의 보석 같은 존재다. 불교학의 엘리트 코스로 꼽히는 불교학을 거쳐 사서자격증을 취득한 그는 불교학자들이 본연의 몸짓을 잃고 연구보다 자료조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현실에 누구보다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불교학 관계 논저목록 정리다.
그가 10여년 동안 여러 학자들이 심혈을 기울여 천착한 불교학 관계 논저목록은 약 7만여 건. 현재 마지막 교정작업중인 이 목록들은 1900년부터 2000년까지 100년 간 발표된 일본·중국·미국 등에서 발표된 한국불교관계 논문을 포함 국내 석·박사 학위 논문 등을 망라하고 있다. 방대한 불교학 논문을 한 몸에 체화한 그의 숨은 인생은 미래 불교학의 가능성을 심어 놓은 것이나 진배없다.
이씨는 불교학 관계 논저 목록을 정리하게 된 배경을 군법사 제대 후 국립중앙도서관 시절부터 이야기를 풀어간다. 불교학 연구가 시작된 60년대 동국대 도서관에는 사서가 없었다고 한다. 결국 동국대의 요청으로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동국대 도서관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3개월 과정의 사서강습과 민족문화추진회 그리고 국역연구원을 거치면서 불교사서를 꿈꾼다. 그러나 그것은 의식적인 것이 아니라 불교에 매료되어 그저 좋아서 시작한 것이었다.
"부처님의 가피를 환원하는 방법은 많습니다. 그 중에서 도서관에 있는 사람으로써 할 수 있는 일이 바로 학자들을 서지적으로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학자들이 본연의 연구가 아닌 서지조사를 한다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도서관 직원을 넘어 불자로써 세운 그의 개인적 발원은 이제 불교사서의 역사를 재창조함을 물론 우리 불교역사를 가장 돋보이게 하는 숲을 이룬 셈이다. 하지만 그는 그동안의 결과는 기본적인 목록정리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불교발전을 위해서는 불교사서를 전담하는 '불교학 자료실'과 같은 전담 기구가 활성화돼야 합니다. 지금까지 정리한 것은 사실 학자들에게 큰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고전과 근·현대의 모든 논저목록은 물론 원문까지 검색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불교관계 단행본과 잡지류 등 1만 여권을 소장하고 있는 그는 애장가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멸실위기에 있던 불서를 보물급으로 되살리기도 했다. 일원상에 대한 역대 조사들의 글을 모아놓은 <종문원상집(宗門圓相集)>이 그중 하다. 그가 고서점에서 이 책을 구입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영영 사라질 수 있었던 것이다.
올 해 안에 마칠 한국불교관계 논저 종합색인. 이젠 불교학자들이 이를 토대로 양질의 논문을 발표할 차례다. "불교서지사전과 불교서지연표를 정리할 계획"이라면서 불교서지학의 뼈대를 세우는 원력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그의 말 속에서 비상하는 불교학의 미래가 느껴진다.
김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