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중기 유림들의 극악한 훼불 속에서 불법을 지키려 했던 스님들의 몸부림을 담은 장편 소설 <당취>(명상, 전5권)가 완간됐다. 지은이는 이재운(44) 씨.
"조선시대 중기, 스님들은 툭하면 잡혀가 길을 닦고, 성벽을 쌓고, 관원들의 허드렛일에 동원되었다. 심지어 비구니들은 양반의 노리개로, 첩으로 잡혀갔다. 그런 스님들이 오직 살기 위해 조직한 것이 비밀결사 당취(黨聚)였으며 승병의 근간이 됐다." 지은이는 호법신장으로서 조선 불교를 지켜낸 당취를 소설화한 배경을 이렇게 밝혔다.
이 소설은 조선 중기 임진왜란을 전후로 활약한 승병과 그 배후가 된 '당취'라는 비밀 결사체의 활동상을 그린 작품이다. 숭유억불을 통치 이념으로 내세운 조선사회에서 불교는 사대부와 정권에 의해 극심한 탄압을 받는다. 이 때 등장한 것이 당취다. 그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수호하기 위해 성불을 포기하고 사대부와 관에 응징의 몽둥이를 들게 된다. 하지만 조정은 동인과 서인으로 나뉘어 격한 당쟁을 치르고 있었으며 우유부단한 임금(선조)은 궁녀의 치마폭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이 무렵 오랜 전국 시대를 거쳐 일본을 통일한 풍신수길은 대륙정복의 야욕을 드러낸다. 조선 곳곳에서는 강산을 염탐하기 위한 일본 첩자들이 들어와 관청의 무기고와 대감 집의 안방까지 뒤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유일하게 깨어 있는 사람들은 당취 뿐이었다. 그들은 토정 이지함이 남긴 비기에 따라 휴정·유정스님의 지휘하에 환난에 빠진 조선과 중생을 구하기 위해 일어선다.
이 소설은 이러한 당취들의 울분과 활약을 중심으로 그리면서 왕조 창업의 이상을 잃어버린 채 당쟁과 향락으로 얼룩진 조선 중기 사회의 모순과 민초들의 고통을 치열하게 드러낸 역사소설이다. 값 각권 7천5백원.
김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