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이 중요한 이유는 필연적으로 따르는 상호작용일 것이다. 잘못된 만남은 깊은 수렁에 빠뜨리게 하지만, 어떤 만남은 어둠의 터널을 밝혀 주는 환한 빛을 발산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좋은 만남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삶이 고달프고 힘겨울수록 더욱 더 말이다.
신간 <파파지와의 만남>(로슬린 무어 지음, 김윤 옮김, 침묵의 향기)은 참나와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다. 그 만남을 인도한 사람은 '파파지(사랑하는 아버지)'라 불리는 인도의 영적 스승 스리 하리완쉬랄 푼자(1910∼1997). 그는 참 스승을 찾기 위해 인도를 유행하다 남인도 타루반나말라이에서 라마나 마하르쉬를 만나 참 자아를 깨닫게 된다. 그 후 유럽 남미 등지에서 가르침을 펴다 1989년부터는 럭아우에 머물며 찾아오는 구도자들에게 진리를 전했다.
이 책은 파파지로부터 가르침을 받아 진리를 깨달은 제자 열한 명이 스승과 만남을 회상한 이야기다. 강가지, 아이작, 미라, 닐람, 다사라트…. 우리에겐 낯선 이름들이지만 서양에서는 영적 스승으로 가르침을 펴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고통스러운 과거를 들려주기도 하고, 파파지를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파파지가 어떤 존재이며 그의 모습을 어떠했는지, 파파지와의 만남을 통해서 어떻게 참자유를 얻게 되었는지 등을 들려준다.
제자들이 말하는 파파지는 흰옷을 입고 언제나 인자한 미소를 짓는 사람은 아니다. 호랑이처럼 무서울 수도 있고, 개구쟁이처럼 장난을 좋아하고 놀리기도 한다. 그는 풍부한 표현력으로 진리에 대해 말하며, 능숙하게 짜파티(인도식 빵)를 만들고, 시장에 가기를 좋아하며 모든 채소의 가격과 기차 시간표를 꿰고 있다. 또 하나 이 책이 흥미로운 것은 파파지가 개인에 따라 지도하는 과정이 다르다는 점이다. 자기탐구가 어느 경계에 도달한 제자에게는 "멈춰"라고 말하고, 참자유를 위해서라면 히말라야의 동굴에서 20년이라도 수행하겠다는 제자에게는 오히려 "자유를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 없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탁월한 스승으로 보이고 싶어하는 어느 제자에게는 "너는 돼지 새끼야"라고 호통친다.
이처럼 이 책은 인도의 성자 파파지의 제자들 열한 명이 들려주는 자신들의 살아온 이야기, 파파지와의 만남, 파파지를 통해서 참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 다채롭고 흥미롭게 펼쳐진다. 값 9천원.
김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