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 때마다 불교행사가 다양하게 펼쳐지고 전국 곳곳에 사찰이 있지만 정작 불교가 어떤 종교인지, 불교가 지향하는 바는 어떤 것인지에 대해 명쾌한 답변이 쉽지 않다.
고산스님(67)이 펴낸 「나뭇가지 바람을 따르듯이」(들녘)는 불교에 대한 '신뢰가 가는' 해설을 해준다. 고산스님은 조계종 총무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지리산 쌍계사 조실 스님으로 있다.
불교의 종교적 성격에 대해 저자는 "불교는 종교도 과학도 철학도 아니면서, 종교이고 과학이며 철학도 된다"고 설명한 뒤 "불교는 종교가 아니면서 참다운 종교요, 과학과 철학이 아니면서 진실로 과학과 철학"이라고 부연한다.
불교의 주체인 '마음'이 원래 이름과 모양이 없으므로 사용하기에 따라 이름과 모양을 붙일 수 있다는 말이다.
또 불교는 ▲믿어야 할 대상이 없고 ▲신 본위가 아닌 인간본위이며 ▲염세적이 아니라 구세적(救世的)이고 ▲유한하지 않고 무한하며 ▲세상만물을 어느것도 차별하지 않고 평등하게 대우하며 ▲신앙의 대상이 없다는 등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고산스님은 욕심을 버리고 자신의 불성을 발견하라는 불교의 핵심교리를 설명한 뒤 수행방법과 함께 마음에 끌려다니는 대신 마음의 주인이 되는 방법 등도 소개한다. 스님이 바라보는 극락정토는 별 다른 곳에 있지 않고 세상 속에 있다.
"그날, 억압과 예속이 사라지고, 갈라진 국토가 하나되며, 인류평화가 이루어져서 부처님의 세계가 열리는 그날까지 평화와 깨우침의 종소리 끝없이 울려 퍼질 것이다"(서문에서). 216쪽. 8천원.
2001.5.11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