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7.28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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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산스님 공안집 '온 세상은 한 송이 꽃'
'나는 누구인가.' '오직 모를 뿐.'

숭산스님(화계사 조실)의 이 화두는 우리나라보다 이방인 불자들에게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지난 60년대부터 숭산 스님은 이 화두를 골자로 한국불교를 세계에 알려왔다.

신간 <온 세상은 한 송이 꽃>(현암사)은 숭산스님이 이방인들을 일깨운 방법과 핵심이 무엇인지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이 책은 스님이 서양에 선을 알린 최초의 책으로 그들의 정신문화에 일대 변혁을 일으켜 무심·현각스님 등 눈 푸른 수행자들을 배출하는 밑거름 역할을 하기도 했다. 숭산스님의 제자인 무심스님이 우리말로 옮겼다. 이 책은 <무문관> <벽암록> 등 불교의 공안뿐만 아니라 도덕경에 나오는 도교사상, 성경에 나오는 기독교 사상 등을 망라해 숭산스님의 독특한 방식으로 체화된 일종의 '21세기형 공안집'이다. 오래된 공안들이 주종을 이루지만 새롭게 창작된 공안도 수록돼 있다. '걸어가는 세 남자'의 경우가 그 중 하나이다.

스님은 먼저 "세 남자가 걷는다. 첫째 남자는 칼 소리를 내고, 둘째 남자는 손을 흔들고, 셋째 남자는 손수건을 집어 올렸다"는 이야기를 꺼낸다. 그리고 '여러분이 거기에 있었다면 무엇이 여러분의 올바른 행동인가', '그들의 관계는 어떤 것일까', '상황은 어떤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다음 짧막하게 답한다.

"행동은 모두 다르지만 상황은 똑같다."

이처럼 여기에 실린 공안들은 모두 스님이 제자와 마주앉아 공부를 점검하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이것이 이 책의 강점이다. 하지만 숭산스님의 들머리에서 문자에 집착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공안 이야기에 집착하거나 읽는 이의 견해에 매달린다면 그 공안의 참뜻을 깨닫지 못한다"며 "읽는 이의 견해나 조건, 상황을 모두 놓아 버려야 한다. 그러면 어떤 공안에 대해서도 저절로 정답이 나온다"고 말했다.

책은 스님이 이방인 불자들과 나눈 선문답을 집약하고 있다. 전통적인 화두에서부터 숭산스님이 직접 내린 화두까지 365개를 담아 365일 하루 한편씩 읽으며 그 속에 숨을 뜻을 파악하고 교훈을 얻을 수 있게 했다. 전 세계에 사원과 선원을 개설, 종교의 장벽을 뛰어넘는 보편적 진리를 제시해온 숭산스님이 우리에게 던지는 365일 공안. 그 핵심을 찌르는 질문과 평창은 우리가 일상 생활 속에서 어떻게 하루하루 마음을 닦아 나가야 하는지, 존재와 삶을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도와준다.

특히 이 책은 숭산스님의 여러 책 가운데 그가 설한 선문답을 집약한 결정판이란 점에서 스님의 가르침의 진수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값 1만2천원.

김중근 기자
2001-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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