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7.28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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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뗏목' 경전을 읽자
불교 경전 간행이 우리나라 출판의 전부인 시절이 있었다. 한글창제 이후 최초로 간행된 <석보상절> <월인석보> <묘법연화경> <능엄경> 등 모두가 불교 경전이었다. 이처럼 조선시대에는 간경도감을 설치 국가 차원에서 언해본 경전들을 잇따라 펴냈다. 흔히 불교출판의 역사가 우리나라 출판의 역사라고 말하는 까닭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이것은 오늘날 말하는 개념의 출판 행위와는 거리가 멀다. 경전이 대중서의 형태로 출간된 시기는 불교 전문출판사들이 문을 연 지난 80년대 이후란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불교전문출판사들이 하나 둘씩 문을 열면서 본격적인 경전 출판의 시대를 맞게 된 것이다.

경전류는 크게 주석·해설·연구서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물론 넓은 의미에서 살펴보면 모든 불서는 경전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모든 불교 서적이 경전을 근거로 하기 때문이다.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현재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경전 해설서를 살펴본다.

불서총판 운주사의 통계에 따르면 현재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경전 해설서는 약 620여종. 이 중에서 가장 많이 출간된 경전은 <금강경>이다. 그리고 <법구경> <천수경> <화엄경> <법화경> <유마경> 등도 만만치 않게 나와 있다. 이처럼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경전은 10여 종에 편중돼 있는 상태다. 이외의 경전들은 승가대학이나 몇몇 학자들에 의해 산발적으로 출간됐다. 물론 동국대 역경원의 한글대장경 완간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또한 이러한 경전류를 내놓은 출판사는 대부분 불교전문출판사들이다. 민족사를 비롯해 불교시대사, 불광, 운주사, 보련각 등이다. 민족사는 지난 94년부터 '불교경전시리즈'를 기획 지금까지 22권의 경전 해설서를 비롯해 관련서들을 주요출판으로 하고 있다. 특히 민족사는 최근 손바닥만한 크기의 작은 경전 시리즈를 내놓아 경전 읽기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기도 하다. 불교시대사는 '읽기 쉬운 경전 시리즈' 10권을, 불광, 운주사, 불일, 보련각 등 불교전문출판사들도 여러 종의 경전을 내놓았다.

최근에는 일반출판사들의 불교 경전에 대한 관심도 높게 일고 있다. 그 대표적 출판사는 시공사. 시공사는 지난 97년부터 '시공불교경전 시리즈'를 기획, 매년 불교경전을 내놓고 있다. 곧 출간될 <해심밀경> <승만경>을 비롯해 지금까지 7종 9권을 출간했다. 그리고 12월경에 12권의 <화엄경>도 출간할 방침이다. 이밖에도 집문당, 현암사, 경서원 등에서도 간헐적으로 불교경전을 출간하고 있다.

대체로 지금까지 출간된 경전은 20∼30종에 편중돼 있다. 수많은 경전이 있지만 이 정도의 경전이 대중서로 가장 적합하다는 것이 불교출판인들의 분석이다.

민족사 윤창화 사장은 "독자들이 불교의 사상이나 교리를 이해할 수 있는 통로는 많지만 경전을 통하지 않으면 결국 '…하더라' 식의 지식밖에 갖출 수 없다"며 "반드시 원전을 읽어 확고한 불교관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윤 사장은 "범종단 차원에서 불교경전연구소를 설립해 전문가들이 경전 해설서를 펴낸다면 기존 경전류의 가장 큰 단점이 번역의 오류를 최소화시키는 것은 물론 불교경전 대중화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지금까지 불교전문출판사들이 척박한 출판환경에서 일궈낸 불교경전출판의 성과는 값진 열매가 아닐 수 없다. 부처님 입멸 후 부처님의 가르침은 책이라는 형태로 밖에 존재할 수 없게 됐다. 물론 궁극적으로 책은 언젠가는 버려야할 '뗏목'같은 것이다. 하지만 저 언덕에 이를 때까지는 공들여 엮어야 할 깨달음의 방편임도 부인할 수 없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담긴 경전 읽기를 올 부처님 오신날 원력으로 세워보자.

김중근 기자
2001-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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