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7.28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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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나' 찾아가는 마음 여행
"곧바로 사람의 마음을 가리켜서 성품을 보아 부처를 이룬다." 존재의 본질인 성품을 곧바로 가리켜서 보게 하는 것, 이것이 선의 입장이다. 말로 세울 수 없는(不立文字), 말 길이 끊어진 자리(言語道斷)에 열리는 세계가 곧 선의 세계인 것이다. 따라서 선은 복잡한 설명을 하기보다는 몇 줄의 시구나 그림을 통해서 간결하게 나타내는 것을 선호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십우도(十牛圖)다. 이 십우도의 사상을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한 <십우도·마침내 나를 얻다>(장순용 옮김, 들녘)가 우리말로 나왔다.

"나는 누구이며 어디서 왔는가." 이런 생각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히 예기치 않은 일로 절망하고 인생의 기로에 설 때, 자신에게 되묻곤 하는 진지한 물음이기도 하다. 이 책을 쓴 요코야마 고이츠(일본 입교대학) 교수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30년 전 '나는 무엇인가'에 의문을 품고 자아를 찾는 수행을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큰 영향을 받았던 것이 바로 이 책의 주제인 십우도다. 지은이는 십우도는 잃어버린 자아를 찾는 출발점이자 열쇠였다고 말한다. 그는 먼저 "왜 소는 도망친 것일까." "왜 소를 찾아 나서야만 하는 것일까." "왜 홀로 찾는 것일까." 등 그림마다 몇 가지 문제제기를 한 다음 나름대로의 해답을 찾는 안으로의 여행(?)을 떠난다.

십우도는 본래 선승들에 의해 수행자의 입장을 말한 것이다. 하지만 지은이는 불교의 관점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서양의 실존철학과 기독교 사상 등 동서양의 철학사조를 넘나들고 여러 종교를 비교하면서 우리에게 어렵게 여겨져 온 십우도의 사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 학문연구의 과정에서 부딪쳤던 물음과 깨달음들 그리고 유학 경험들을 따라 한 단계씩 변화하고 성장하는 자신의 모습도 빠뜨리지 않고 있다. 지은이가 참된 자기를 잃고 있음을 자각하고 30여 년 동안의 수행을 십우도의 구성에 따라 정리한 이 책은, 선승들만의 수행서로 인식된 십우도를 누구나 알기 쉬운 대중적인 차원으로 이끌어내고 있다.

지은이는 "현대에는 온갖 어려운 문제가 산적해 있다. 인구 증가, 식량 문제, 환경 오염, 자연 파괴 등의 문제 그리고 안락사, 뇌사, 장기이식 문제 등이 있다. 이런 것들은 모두 '인간은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는가'라는 문제로 집약된다. 이것은 때와 장소를 초월해서 인간에게 던져진 보편적인 물음이다"며 "이 물음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해 주는 것이 십우도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십우도를 눈앞에 걸어놓고 자신의 소를 찾는 여행을 떠날 것을 제안한다.

십우도는 선 수행의 단계를 소(牛)와 목동의 관계에 비유하여 열 가지 그림과 송(頌)으로 도상화한 것이다. 십우도는 크게 세 종류가 전해지는데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중국 북송시대 때 곽암 선사가 지은 것으로 심우(尋牛·소를 찾아 나서다), 견적(見蹟·자취를 보다), 견우(見牛·소를 보다), 득우(得牛·소를 얻다) 등 열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참된 자기를 추구하는 선의 실천을 통해 선 수행자가 단계적으로 향상해 나가는 심경을 열 개의 그림으로 상징적으로 묘사한 것이다. 이 십우도에서 소는 잃어버린 참된 자기를 비유한 것이고 목동은 그 참된 자기를 찾는 자기를 비유한 것이다. 값 1만3천원.

김중근 기자
2001-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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