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학 현대화의 선구자 이기영(1922∼1996) 박사의 <유마경 강의 상·하>(한국불교연구원)가 출간됐다. 이 박사가 지난 92부터 96년까지 56회에 걸쳐 한국불교연구원에서 행한 강연을 정리한 이 책은 '불연 이기영 전집' 25권이다.

이기영 박사가 생전에 가장 좋아했던 경전 가운데 하나인 <유마경(維摩經)>은 반야사상에 입각해 재가불교의 사상을 설한 초기 대승불교의 대표적인 경전. <화엄경>, <법화경> 등과 함께 불교의 기본적인 교과서로도 꼽힌다. <유마경>은 인도 바이샬리에 살고 있다는 상상의 유마힐(維摩詰) 거사의 칭병(稱病)을 계기로 벌어지는 사건과 불교 사상에 대한 문답을 서술하고 있다. 명료한 문장과 풍부한 문학적 자유로움이 특징이다. 이 책은 강의식으로 구어체의 맛을 살려 읽기 편하고 어려운 용어를 일일이 풀어 이해가 쉽다.

이기영 박사가 남긴 저술들은 관습적인 학자의 틀과 학문에 대한 통념을 뛰어 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는 역사적이거나 훈고학적인 주석에 얽매이지 않고 사상의 본질적인 의미를 해석한다. 이 책도 그러한 사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값 상권 1만3천원, 하권 1만2천원.

김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