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늘 먹는 음식은 어디서 옵니까. 농부가 여름내 땀을 흘린 덕분이기도 하지만, 그런 노고와 햇빛, 물, 공기, 바람 등이 땅기운과 어울려 생기게 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온갖 인연이 어울려 이룬 것은 '색(色)'이라 하고, 그 이전의 것을 '공(空)'이라 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또 그렇게 나타난 음식들도 다시 인간의 몸을 통해 분해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지 않습니까. 그래서 '색'이 '공'과 다르지 않고 '공'이 '색'과 다르지 않은 까닭이 됩니다."
<순간 순간이 항상 옳고 완벽할 뿐>(하남)을 내놓은 정경스님은 <반야심경>의 구절인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을 토굴생활을 할 당시 찾아왔던 한 초로의 교장선생님과의 대화를 예로 설명한다. 이 책은 불교의 핵심사상이 담겨 있는 <반야심경> 270자에 함축된 의미를 살핀 사색록이라 할 수 있다. 글쓴이는 '여하시불(如何是佛)' 즉 무엇이 부처인가라는 화두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 화두에 대한 답을 <반야심경>에 비추어 보여준다. 글쓴이는 부처란 무지와 헛된 꿈을 깨고 욕심을 버린 자일뿐이라고 말한다. 이런 점에서 불교는 자기 무지를 걷어내고 최상의 지혜를 깨달아 가는 지극히 인간적인 수밖에 없는 수행이라고 정의한다.
이 책은 <반야심경>을 토대로 하여 불법의 핵심사상을 여러 일화를 통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값 9천원.
김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