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승들이 깨달음을 얻는 과정과 그 화두는 일반인들에게 무심한 메아리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내면을 유심히 살펴보면 범접할 수 없는 심오한 경지가 펼쳐져 있다. 그렇다고 선승들이 현실세계와 단절된 그 무엇을 추구한 것은 결코 아니다. 경전에만 집착해 수행하거나 제자들을 가르치지도 않았다. 설법보다는 실천을, 이상보다는 현실을, 남보다는 나를 좇아간 선승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그래서 현대인들에게 더욱더 각별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를 일이다.
달마대사는 무려 9년 동안 숭산의 토굴 속에서 정진했다. 그러면서 그는 진정한 깨달음은 자기 속에 내재되어 있으며 자신만의 표현과 행동으로 승화될 때 비로소 진정한 깨달음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줬다. 혜능선사는 마음을 원상태로 돌려놓는 것이 곧 깨달음이라 했고, 조주선사는 '평상심이 도'라는 말로 제자를 가르쳤다. 또 경허스님은 '콧구멍에 없는 소'라는 한마디에 깨달음을 얻었다.
이처럼 선승들은 깨달음이나 도 그리고 진리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누구나 얻을 수 있다고 가르치고 있다.
<달마에서 성철까지>(박영규 지음, 들녘)는 중국 선사를 비롯해 우리 나라의 범일 지눌 나옹 등 41명 선사들의 수행담과 그들이 남긴 깨달음에 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준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옛 선승들의 일화를 통해 오늘날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문제들을 짚어냄과 동시에 우리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게 해준다. 값 8천원.
김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