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세 한국불교계의 대표적 스님을 꼽는다면 탄허(1913-1983) 스님을 빼놓을 수 없다.
스님은 6살 때부터 부친으로부터 한문학을 배우기 시작해 유학과 도교학을 두루 섭렵했다. 20세 때 한암 스님과 우주 및 인생의 근본이치에 대한 서신문답을 할 정도로 출중했던 스님은, 한암 스님을 은사로 출가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불교공부를 하게 된다.
출가 직후 3년간 참선수행을 한 스님은, 15년간 오대산 상원사에 머물며 불교 내전 및 선학 일체를 공부하게 된다. 선(禪)과 교(敎)를 두루 공부한 스님은 그 후 월정사 조실, 동국대 대학선원장, 조계종 중앙역경 연수원장, 화엄학 연구소장 등을 역임하면서 수많은 설법과 강연 그리고 경서들을 내놓았다.
스님은 <신화엄경합론> 47권을 비롯해 <주역선해> 3권, <능엄경> 2권, <영가집> 등 20여종의 역서들만 내놓았을 뿐 대중들을 위한 법어집을 한권도 직접 저술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스님이 평소에 즐겨 말씀했던“다언(多言)은 사자(士子)의 병이 되고 번문(煩文)은 도가(道家)의 해가 된다”는 말에서 찾을 수 있다.
스테디셀러로 권하는 <부처님이 계신다면>(교림)은 엄격히 말하면 탄허 스님이 직접 쓴 저술이 아니라 한 제자가 평소에 설한 법문과 강연 그리고 기자들과 인터뷰한 것을 정리하여 엮어낸 법어집이다. 이렇게 출간된 이 책은 탄허 스님의 최초의 법어집이기도 하다.
‘스님에 듣는다’, ‘스님에게 묻는다’, ‘종교의 본질과 성격’ 등 크게 3부(28편)로 구성된 이 책은, 79년 초판 당시 일주일 만에 3천권이 판매될 정도로 폭발적이 인기를 얻었고 지금까지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스님의 해박한 지식과 통찰력을 확인하게 하는 이 법어집의 내용들은 불교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유교ㆍ도교ㆍ기독교 등 동서양의 종교와 철학을 넘나들며 스님만의 특유한 우주관과 인생관 등을 설파한다. 오랫동안 눈 밝은 독자들의 눈길을 끄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피안으로 이끄는 사자후>는 두 번째 법어집이다. 값 1만3천원.
김중근 기자
gamja@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