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사회는 '관심법(觀心法)'으로 화제다. '내가 너의 마음을 다 알고 있으니 내 뜻에 맞게 하라'며 신하를 꼼짝하지 못하게 하는 궁예의 관심법은 어린아이에서부터 정치권에 이르기까지 번지고 있다. 이처럼 궁예의 관심법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KBS 대하사극 '태조왕건'에서 궁예가 경전을 읽다가 관심법을 발견하면서부터다. 현재 이 드라마에서 궁예가 펼치고 있는 관심법은 피비린내 나는 살해극의 핵심 연결고리가 돼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점점 관심법의 본래 뜻과는 멀어도 한참이나 먼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살피는 관심법이 고작 독심술이나 타인의 의지마저도 자기화 시키는 사술로 전락시킨 모습을 보여 난감한 심정을 갖는 불자가 한둘은 아닐 것이다.
이런 시기에 법성(전 조계종 포교원 포교연구실 사무국장)스님이 '누가 함부로 관심법을 논하는가'라며 관심법의 올바른 이해를 위한 지침서 <마음을 관해야 진정한 깨달음에 들 수 있다>(운주사)를 내놓았다. 이 책은 천태 지자 대사(538∼597)의 <관심론>과 그의 제자 관정 대사의 <관심론소>를 저본으로 하고 있다.
법성스님은 우선 진정한 관심법은 다를 사람의 마음을 훔쳐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내면을 통찰하고 반조하여 진실한 법의 정신과 도의 마음을 갖추어 깨달음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라며 관심법의 본래 의미를 하나씩 풀어헤친다. 또한 깨달음이란 본래의 마음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루종일 배꼽에 힘주고 정신을 집중한다고 깨달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마음 속의 허깨비들을 낱낱이 알았을 때 진리는 자신의 내면세계에 존재함을 발견할 것이고, 마음이 그 어떠한 것에도 걸림이 없을 때 생명의 참 맛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이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이 바로 참된 관심(觀心)임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방법의 문제점과 해결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관심론>은 천태 지자 대사의 열반 전의 유훈으로 후대 사람들에게 전하는 가르침이다. 그 내용은 전법의 목적이 부와 명예 그리고 권속을 얻고자 하는 이득을 위한 목적으로는 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전법자는 반드시 자신의 내면세계를 통찰해 도의 마음을 갖춰 세상 법에 집착하지 말라는 것이 요지다.
드라마 속에서 제멋대로 해석한 궁예의 관심법. 이 책은 그 관심법이 얼마나 그릇되고 왜곡된 것인지를 명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 준다. 값 1만원.
김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