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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교수, 조선 화가 8명 평전 출간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본업을 찾아갔다.

전국 각지에 걸쳐 있는 우리 문화재를 유려한 필체로 되살려낸 유홍준의 붓끝이 이번에는 영남대 미술사학과 교수라는 직분에 걸맞게 그림과 화가로 돌아갔다.

올컬러판 두 권짜리로 최근에 나온 「화인열전」(畵人列傳. 역사비평사)은 그 문체나 작품에 대한 접근방식이 「문화유산 답사기」를 닮아 있어 필자인 유홍준 자신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나「나의 화가 답사기」라 불러도 무방할 듯하다.

그런데 기존 「문화유산 답사기」가 우리 문화재를 대중화하는 데 무시할 수 없는 이바지를 했음에도 글 자체는 다소 가벼운 구석이 없지 않다는 일부의 비판을 의식했음인지, 전공 실력을 유감없이 살릴 수 있는 이번 책은 대중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학술적인 면모를 풍기도록 애쓴 흔적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이 책은 조선조를 풍미했던 화가 8명에 대한 평전이다. 좀더 정확히는 조선 중.후기 화가 열전이다. 1, 2권에 각각 4명씩 공평하게 배당하고 있다.

1권에서는 각각 '달마도'와 '자화상'으로 유명한 연담(蓮潭) 김명국(金明國.생몰년 미상)과 공재(恭齋) 윤두서(尹斗緖.1668-1715), 영조 때 인물화의 대가인 관아재(觀我齋) 조영석(趙榮석. 1686-1761)에 이어 겸재(謙齋) 정선(鄭敾.1676-1759)에 아주 많은 분량이 할애되고 있다.

2권은 불우한 일생을 보낸 현재(玄齋) 심사정(沈師正.1707-1769), 문인화로 이름높은 능호관(凌壺觀) 이인상(李麟祥.1710-1760), 술과 붓으로 산 미치광이 호생관(毫生館) 최북(崔北.1712-1786?)을 거쳐 한국화단 불세출의 스타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1745-1805?)가 절반 가량이나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책은 정선과 김홍도의 '투 톱' 중심이라고 봐야 한다.

그런데 이런 등장인물들을 보면서 왜 혜원 신윤복이며 오원 장승업, 추사 김정희 등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 탈락했을까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유홍준은 김정희는 별도의 단행본 준비를 거의 끝냈고 다른 인물에 대한 평전은 다음 기회로 미룬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에 나온 8명의 평전은 지난 90년 여름 통권 제9호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계간 대중역사잡지 「역사비평」에 기고했던 글들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 출판사가 역사비평사인 까닭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최근 10년 동안 이 분야 연구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함으로써 원래 원고를 대대적으로 손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어떻든 평전을 표방한 이번 단행본을 통해 유홍준은 박물관, 혹은 전문학자들의 전유물처럼 돼 버린 조선시대 화가들과 그들의 작품 및 작품세계를 수장고와 상아탑에서 끌어내고 있다.

'가이드' 유홍준 덕분에 말과 거기에 탄 사람이 모두 만취해 비틀대며 걸어가는 그림을 통해 이를 그린 김명국이 술을 얼마나 좋아했는지를 들을 수 있고 준수한 백마 그림에서는 선비화가였던 윤두서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유홍준은 곳곳에서 가이드 역할을 벗어나 자기 견해를 강하게 표출하곤 한다. 예컨대 정선의 진경산수화에 대해 이것이 조선 소중화(小中華)주의의 산물이라는 간송학파의 주장과 중국에서 영향받았다는 이른바 홍익대 학파 양쪽을 모두 비판하고 있다.

또 제2권의 절반이나 차지한 김홍도에 대해서는 '그의 예술은 당시까지의 조선 400년 역사에 축적된 모든 예술적 업적을 한 몸으로 끌어안아 하나의 전형을 창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극찬을 올리고 있다.

이번 책은 결코 재정이 넉넉하다고 할 수 없는 역사비평사가 일대 모험을 건 야심작이기도 하다. 올컬러판에 초판 1만부를 찍었다. 제작비만 1억원 가량 들었다고 한다. 그만큼 유홍준의 상품성을 믿는다는 말이다. 각권 380쪽 안팎. 각권 1만6천원.

2001.3.29 연합뉴스
2001-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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