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식무경(唯識無境)', 제목부터 의미 심장한 책이 나왔다. 유식무경은 대승불교 유식의 기본 관념으로 일종의 유심사상을 말한다. 신간 <유식무경(唯識無境)>(한자경 지음, 예문서원)은 유식무경이 함축하고 있는 철학적 의미를 이론적으로 고찰한다. 특히 유식에 있어서의 식(識)과 경(境)이 무엇을 의미하여 또 그들이 서로 어떤 관계에 있는가를 유식의 대표적 이론서인 <성유식론>을 중심으로 살핀다.
글쓴이는 들머리에서 '식을 떠난 경이라는 것이 과연 있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식의 존재가 일차적이고 경은 오히려 식을 통해 드러나는 이차적 산물이 아니겠는가'라는 의문을 던진다. 그는 이어 유식의 입장을 가장 간명하게 표현한 것이 유식무경이라며 인식과 존재에 대해 천착한다.
이 책의 또 하나의 특징은 여러 부문에서 유식불교의 논리가 서양 관념론의 형식으로 재해석되고 있다는 점이다. 불교의 논리가 형이상학적 관점에서 그리고 비교철학적 관점에서 칸트를 비롯해 서양 관념론자들의 이론과 맞물려 설명하고 있다. 값 7천원.
김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