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을 불교학과 더불어 살아온 불교학자 권기종(동국대 사회교육원장) 교수가 대학 강단에서 못다한 이야기만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묶어 불자들 앞에 내놓았다. <생활 속의 불교>(숨)는 책 제목이 말해 주듯 일상생활 속에서 부딪치는 여러 가지 일들을 중심으로 바른 수행의 길을 자상하게 가리키고 있다.
권 교수는 "불교를 모르면서 믿는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불교는 진정한 불교가 아니다"고 말한다. 인간의 삶과 관계없는 불교는 가르침의 내용이 아무리 심오하고 뛰어나다 해도 불자들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 불교의 가르침은 불자들의 삶과 직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이 연결된 삶과 생활이 곧 불교의 신행 생활이며 불교 신행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글쓴이는 불교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스스로 불자라고 자처하고 있는지 자문해 볼 것을 권한다. 그리고 부처님은 깨달음을 대중에게 가르쳐 주는 스승인가, 중생들의 행복과 불행을 주관하는 존재인가, 불사에 동참하는 것만으로 신생생활을 한다고 할 수 있는가 등의 질문을 던진다. 이러한 문제를 심도 있게 분석하여 바른 신행의 방향을 모색할 것을 제안한다.
이 책은 삶과 동떨어진 지식으로만 아는 불교가 아니라 삶 자체가 불교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진정한 불자의 길을 안내하기 위해 크게 4부문으로 나눠 서술하고 있다.
'알고 실천하는 생활 속의 불교'에서는 종교로서의 불교를 재조명하고, 불교 신행을 비롯하여 삶 속에서 불교를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일러준다. '불교로 풀어본 현대사회의 문제들'에서는 안락사, 장기이식, 생명복제 등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부처님의 시각에서 설명한다. '대승불교의 참된 의미를 찾아서'에서는 대승불교를 표방하는 한국불교의 어제와 오늘을 진단하면서 보살의 삶을 자세하게 소개한다. 그리고 마지막 '세계 속의 한국불교를 생각하며'에서는 급변하고 있는 시대적 상황에 맞는 승가의 역할 등을 제안한다.
자연스럽게 불교교리를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매력이다. 책장을 넘기면서 '불교가 이런 것이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값 9천8백원.
김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