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을 구하여 중국 당나라고 갔던 신라의 스님은 얼마나 될까. 신간 <중국명산 사찰과 해동승려>(주류성)는 1천여 년 전의 입당구법(入唐求法) 스님들의 발자취를 사학자의 시각에서 살핀 책이다. 변인석(전 아주대 사학과) 교수·이호영(단국대 사학과) 교수와 중국 섬서성 사회과학원 진경부 씨가 함께 쓴 이 책은, 각 산의 자연환경과 사찰을 먼저 소개한 뒤 그 산에서의 해동승려들의 행적으로 서술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경덕전등록>, <삼국유사>, <고승전> 등 문헌에 의하면 신라시대에 중국으로 유학했던 스님은 약 130여명. 하지만 이들은 중국불교의 법맥에 이름을 올린 스님들이다. 장국동씨는 중국 사학자들에 따르면 문헌에 나타나지 않는 구법스님들까지 합하면 1천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은 중국 등의 새로운 선진문화를 수용했을 뿐 아니라 불교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특히 중국은 물론 인도까지 들어가 경전을 번역하거나 연구하여 중국과 우리나라의 불교문화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스님도 있다. 대표적인 스님이 혜초와 원측이다.
한국사학회(회장 최근영)는 입당구법 스님의 발자취를 조명하기 위해 7명의 조사단을 구성, 지난 98년 14일간의 종남산 답사를 시작으로 매년 구화산, 천태산, 보타산 등 중국불교의 5대 명산을 중심으로 신라스님들의 발자취와 유적을 조사했다.
중국불교의 대표적 성지 종남산에는 신라의 어떤 스님이 어느 사찰에서 정진했을까. 종남산은 중국 불교의 6대 종파가 발원했을 정도로 중국불교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산으로 꼽힌다. 이 산은 입당 구법 스님들이 한번쯤 거쳐갔다 할 정도로 신라스님들의 대표적 구법도량이었다. 혜초스님이 당 대종(代宗)의 칙령을 받아 기우제를 지냈던 선유사의 옥녀담을 비롯해 자장·원측스님이 수행 정진했던 운제사, 지인스님이 불경을 번역했던 취미사, 현장법사가 역경원을 열었던 홍복사를 비롯해 지상사 정업사 운제사 옥화사 장경사 등 지금까지 신라스님들의 발자취를 찾아볼 수 있는 사찰 만해도 30여 곳 가운데 10여 곳에 이른다고 한다. 특히 성수사에는 현욱스님을 비롯해 인광·허운·정혜·내과스님 등 신라의 역대 고승들이 거쳐갔으며, 화엄학의 중심지였던 지상사에는 의상스님이 8년 간 주석했다고 한다.
글쓴이가 22번이나 찾았을 정도로 종남산에 주목하는 이유는 수행과 역경 등 신라 스님들의 구법열정이 가장 많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종남산에 온 신라 스님들은 강남이 사천 그리고 오대산으로 이동하였다고 한다. 이 점에서 종남산은 한·중불교문화의 교두보역활을 했다고 이 책은 강조한다. 또 천태산은 신라스님들이 거주하였던 신라원(新羅院)이 있었을 정도로 남조에서 북송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스님들이 많이 찾았다.
이밖에도 이 책은 구화산, 숭산 등의 중국 명산의 사찰을 얼개로 하여 신라 스님들의 행적을 낱낱이 추적하며 분석한다.
변인석 교수는 "문헌이나 구전으로 알려진 곳에 대해 직접 현지 조사 결과를 분석 정리하여 수록한 점에 큰 의의가 있다"며 "곧이어 오대산 보타산 등 중국의 9개 산으로 넓혀 신라의 구법 스님들의 발자취도 조사해 책으로 묶어낼 계획이다"고 밝혔다. 값 1만2천원.
김중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