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7년 11월 24일, 중국 원나라 수도 연경의 거찰 영녕사에서 새 주지를 모시는 개당 법회가 한창이다. 법당에는 황제 순제를 비롯해 원나라를 대표하는 고승과 원로대신들이 빽빽이 앉아 있는 가운데 고려의 한 스님이 법상에 올라 설법을 한다. ""무엇이 최상의 종승인가…."
고려인으로서 원나라 황제의 절을 받으며 불법을 설파하던 스님, 중국인들로부터 추앙을 받으며 법왕의 자리에 오른 사람, 그가 바로 원증국사 태고보우(1301∼1382)다.
1346년 원나라로 간 중국 선종의 법맥인 임제종 18대손 석옥 청공으로부터 인가 받은 스님은, 달마가 중국으로 건너와 뿌리내린 중국 선종을 이어받는다. 이는 중국선이 고려로 옮겨왔음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10여 년의 중국생활을 청산하고 귀국한 스님은 왕사로 책봉돼 조계종을 부흥시킨다. 이로써 고려 불교의 순수한 정신이 되살아나고 조계종의 법맥이 계승되어 현재 한국불교계를 대표하는 조계종과 태고종 모두의 중시조가 된다.
신간 <어둠을 두드리는 주장자 소리>(민족사)는 유영숙(서울대 강사)씨가 <태고화상 어록>, <조선불교통사> 등 보우스님에 관한 자료와 스님이 주석했던 사찰을 일일이 답사하고 쓴 평전이다. 보우국사 탄생 700주년을 맞아 출간된 이 책은, 스님의 생애와 사상을 역사적 사실에 바탕으로 하여 서술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무게 중심은 아니다. 수행자로서 스님이 살아가는 진솔한 삶의 편린들을 모아 본 인간적인 면모를 보다 구체적으로 보여주고자 함이 글쓴이의 주된 의도다. 값 8천원.
김중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