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10.17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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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선 본질-'말끝에 단박 깨닫는다'
육조 혜능과 그 문하의 선승들을 중심으로 중국 조사선의 본질을 파헤친 연구서 <조사선의 실천과 사상>(장경각)이 나왔다. 글쓴이는 '중국 조사선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태완(부산대 철학과 강사)씨. 그는 선불교의 종파와 종류에 대한 역사적 흐름을 서술하는 과정에서 '조사선 태동론'에 대한 반론을 제기한다. 기존의 연구자들이 조사선의 출발을 마조와 석두로 보고 있는 것에 비해, 그는 혜능을 개창자로 마조와 석두를 완성자로 그 문하의 오가칠종까지를 전개로 보고 있다.

조사선의 시작을 혜능으로 본 이유는 마조와 석두에서 오가칠종까지 전개되는 선법의 가장 중요한 특징인 정혜불이(定慧不二)의 불이법과, 선지식의 말을 듣고 문득 깨닫는다는 언하변오(言下便悟·말 끝에 곧 깨닫는다)가 혜능의 선법에 처음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혜능에서 시작하여 마조에서 완성되고 그 문하에서 풍미한 중국 조사선의 본질을 실천과 사상 두 측면으로 나눠 고찰한다. 실천적 측면은 직지인심(直指人心)과 견성성불(見性成佛)이며, 사상적 측면은 심성관(心性觀)과 수증관(修證觀)이다.

이 가운데 견성성불 편에서는 조사선의 가장 큰 특징인 선문답을 통하여 견성을 추구하는 일이 어떻게 행해지는가를 살피고, 견성 체험의 일화 가운데 마조의 경우를 대표적 모델로 선정하여 견성 체험이 어떤 과정을 거쳐 발생하는가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글쓴이는 조사선이 스승과 제자가 직지인심 견성성불을 통하여 이심전심을 실천하는 선법임을 강조한다. 또 수증관 편에서는 조사선의 어록과 <전등록>을 나타나는 선사들의 공부에 관한 내용을 토대로 조사선에서의 공부방법, 학선수도(學禪修道)에 대한 입장과 견해를 고찰한다. 이와 함께 혜능의 수증관이 중국 선종의 사상사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혜능에서 임제에 이르는 조사들의 수증관 특색 등에 대해서도 적고 있다.

특히 글쓴이가 역점을 기울이는 부분은 혜능과 그 문하가 이전의 점수선을 극복하고 새로이 행한 돈오선의 본질은 어떤 것이며, 어떤 점에서 점수선을 극복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것은 곧 오늘날의 한국 선종에서 행하는 돈오선의 정체성을 찾는 작업과 맥락이 닿는다는 점에서 눈 여겨 볼 만하다.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가치는 조사선을 다루는데 이론과 실천을 겸비한 전문가적 안목을 가진 글쓴이가 조사선 어록에 두터운 지식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분석에 있어서도 객관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값 1만8천원.

김중근 기자
2001-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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