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건축과 미술 등의 양식이 인도에서 전해진 불경에 기초함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 표현은 한민족의 전통이 적용됐다. 한국의 불교문화는 한문화(韓文化)에서 불교적 특색을 지닌 사랑방문화다.
해방이후 첫 미국 유학생으로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구조공학을 전공한 건축가 조자룡(1926∼2000)씨. 하지만 그는 건축가보다는 '우리 민족문화의 모태(母胎) 찾기'를 평생 화두로 삼아 삼신사상이라는 민족의 뿌리를 파헤친 모태문화·민(民)문화가로 더 알려져 있다.

<우리문화의 모태를 찾아서>(안그라픽스)는 그의 1주기를 맞아 출간된 책으로 한국의 얼과 한국의 핏줄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태어나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일깨워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우리 문화의 멋', '한국 민예 예술의 멋', '우리 문화의 뿌리를 찾아서', '전통을 찾아서', '민족문화의 상징들'로 나눠 우리의 민문화를 재해석한 이 책은, 글쓴이가 민족신앙의 모태인 삼신신앙을 찾아 전국의 구석구석을 살피는 과정을 생생하게 담겨 있다.

글쓴이는 "한국 사람의 멋을 제대로 알려면 먼저 한국 도깨비와 호랑이를 사귀어야 한다. 한반도의 신비를 깨달으려면 금강산과 백두산을 찾아야 하고, 동방군자 나라의 믿음을 살피려면 산신령과 칠성 곁으로 가야한다. 한국 예술의 극치를 맛보려면 무당과 기생과 막걸리 술맛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우스운 이야기 같지만 이것이 글쓴이의 생활 지표다.

특히 서민예술의 정체를 파헤치거나, 불교문화 속에 깃든 우리 겨레의 혼을 읽어내는 글쓴이의 체험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에게 정체성 확립을 위한 밑거름을 제공한다. 값 1만원.

김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