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선어록 어떻게 읽어야 하나. 보통의 불자들에겐 간단치 않은 질문이다. 하지만 혜원 스님(동국대학교 불교학부 조교수)의 대답은 명쾌하다. "철저히 당·송시대의 문화와 관습, 생활 등을 토대로한 구어적 해석이 뒷받침돼야 한다." 선종 특유의 정신이 배어 있는 직설적 어법이 대부분인 초기 선문헌을 문어체에 의지한 현대적 해석은 타당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지난 96년 어록을 읽기 위한 한문법을 담은 <선어록 읽는 방법>(운주사)을 내놓기도 했다.
선어록 한문읽기 위한 문법을 창안해 '선어록 바로 읽기(?)'에 남다른 원력을 세우고 있는 혜원 스님이 첫 결실로 <선가어록 1>(운주사, 값 1만원)을 내놓았다. 이 책은 '절관론' '수심요론' '관심론' '조계대사전' 등 4편의 초기 선문헌 해설집이지만 어록공부를 위한 가이드북으로도 손색이 없다. 지난 98년부터 2년여 동안 동국대학교 대학원 선학과 선전읽기 강좌(선전연습)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스님은 언어학적 연구 없이 선어록을 음독하는 것은 선장의 참뜻을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어록한문을 문법적으로 읽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책에 무게를 두는 것도 이런 초기 선문헌의 언어학적 접근이 비록 작은 결실이지만 중국선종사 바른 연구를 위한 선결 과제이기 때문이다.
스님은 또 이러한 선어록 강독은 선가에서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총림마다 선어록 연구소를 개설하고, 산철에는 큰스님을 모시고 그 동안의 수행을 점검 받을 수 있는 법회가 상설돼야 한다는 것. 이러한 불교계의 활동이 없기 때문에 그릇된 선어록 해설집이 난무, 독자들의 눈을 어둡게 하고 있다고. 결국 불교계가 선어록 강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선불교가 제대로 정립된다는 말이다.
스님이 초기 선문헌 강독에 특별한 애정을 가지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선어록을 읽는 것도 독선(讀禪)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문자를 읽지만 여러 번 반복해서 읽다보면 그 내용이 체화되어 문자를 굴리면서 '불입문자(不立文字) 교외별전(敎外別傳)'의 소식을 알게 된다는 의미다. 그래서 스님은 선전강독에서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학문적 능력보다 돈독한 신심이다. 이러한 신심이 뒷받침돼야 선장들의 본래 자기를 구명한 깊은 뜻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님은 최근 배휴가 규봉종밀에게 선사상에 대하여 문답한 내용을 담은 <배휴사유문>을 대학원생들과 함께 강독으로 있다. 선어록의 기존 해석법에서 벗어나 새롭게 배우는 이러한 선어록 해석집은 시리즈로 계속 출간될 예정이다.
<김중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