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10.18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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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와 회통의 삶 김재일 <생태기행 1, 2>
옛날 노승들은 어린 사미들에게 밤에 등불을 켤 때는 꼭 덮어두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렇지 않으면 곤충들이 모여 타 죽는다면서. 썩은 나무 속에 살고 있는 곤충들을 위해 썩은 나 무로는 불때지 말라고도 했다. 또 구정물 버릴 때에도 그릇을 높이 들지 말라 했다. 땅이 패어 흙이 씻겨 내려간다고 말이다.

"생명 있는 것들을 위한 자상한 배려, 그것이 불교의 덕목"이라고 말하는 김재일씨(두레생태기행 대표)가 최근 펴낸 <생태기행 1,2>(당대 刊)에서 옛 사람들의 자연에 대한 예의를 배우러 생태기행을 떠나자고 제안하고 나섰다.

김씨는 우연한 기회에 '생태, 생명, 민족정서'에 뿌리를 둔 생태기행을 생각해 내고, 뜻을 같이 하는 이들과 함께 94년 두레생태기행이라는 작은 모임을 시작해 그동안 매월 한차례씩 전문가들과 시민들이 함께 하는 생태기행을 다녔다. 이 책은 생명활동가인 김씨가 그동안 우리산천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자연과 나눈 애틋한 정의 기록이다. 이를 통해 김씨는 생명에 대한 외경심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는 물질문명시대의 현대인들에게 생명체에 대한 감수성을 길러주고, 생명현상에 대한 무지와 몰지각을 깨우쳐 준다.

겨울 산에 지천으로 깔려있는 낙엽들에서도 생명의 순환을 감지하는 김씨는 낙엽(落葉)을 낙엽(樂葉)이라 부르고, 그 낙엽이라는 작은 우주속에서 재생과 순환의 생태적 사고를 기억해 내게 만든다. 자연의 경계에 들어서면 모든 것이 연기(緣起)요, 불이(不二)며, 원융회통(圓融會通)이라는 진리를 우리들에게 전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가야산의 나무를 찾아서'편에서 숲의 종교인 불교, 그 불교 수행의 장소인 절집이 숲을 지키는 마지막 산막(山幕)역할을 해 왔다고 설명한다. 조선조의 숭유억불정책같은 외적 요인이 절을 산으로 들어가게 하는 계기가 되긴 했지만, 오랜 세월동안 절을 지켜온 수행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명산의 숲이 그나마 보존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해인사 팔만대장경과 장경각을 통해 가장 자연적인 것이 가장 과학적임을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우리 선조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가야산의 자연생태계 교란율이 21개 국립공원 가운데 최악으로 나타난 것은 모두가 인간의 무리한 간섭 때문이라고 일침을 가한다.

'선운산의 가을 꽃들'편에서는 모르는 사람은 사랑할 수 없듯이 산과 들의 꽃과 풀들도 그 이름과 생태를 알지 못하면 있어도 알지 못하고, 사랑할 수도 없다고 말한다. 또 '순천 조계산'편에서는 엉성해 보이는 송광사 해우소의 생태적인 건조방식을 통해, 밥과 똥은 불이(不二)라는 주장 아닌 주장을 믿게 되고야 만다.

순도 100% 체험을 근거로 생태적 불교적 시각에서 써 내려간 이 책을 읽는 동안 독자는 '자연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의 또 다른 모습이며. 생태기행은 사라져 가는 또 다른 우리를 만나러 가는 여행이자, 자연을 잃어버린 우리 시대의 문화를 함께 돌아보는 여행'이라는 김씨의 주장에 공감하며, 자연스레 생태기행에 나서게 될 것이다.

또한 김씨가 이 책의 뒷부분에 부록으로 첨가한 '올바른 생태기행을 위하여'는 생태기행에 대한 이해와 실시에 따른 지침과 진행, 학습요령, 준비물, 기행 후의 정리방법까지 상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해 생태기행을 발심(發心)한 이들에게 길잡이가 되어 주기에 충분하다.

이은자 기자
2000-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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