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10.18 (음)
> 문화 > 출판
원효와 야스퍼스의 대화 "일심과 실존"
'일심(一心)과 실존(實存)'

제목부터가 범상치 않은 철학사상사 연구서. 이 책의 메시지는 제목보다 더 의미심장하다. 7세기 한국 불교 철학의 대표적 사상가 원효 스님과 현대 독일의 실존 철학자 야스퍼스의 사상적 공통점과 차이점을 모색한 역저이기 때문이다.

글쓴이는 이화여대 신옥희 교수. 그는 지난 76년 원효와 야스퍼스의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지금도 원효와 야스퍼스의 사상을 비교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그 첫 결과물이 <일심과 실존>(이화여대출판부)이다.

이 책은 원효의 대승불교 철학사상과 야스퍼스의 실존주의 철학사상을 비교 연구하면서 두 사상가의 실재관·인간관·윤리관 및 종교관의 근본을 조명하고 있다. 글쓴이는 두 사상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고찰하고, 이를 통해 종교간의 반목과 분쟁 극복, 종교간의 열린 대화를 촉진하는 데 귀중한 사상임을 밝히고 있다.

그 한 예로 두 사상가의 실재관에 대한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펴보자. 원효 스님의 일심사상과 야스퍼스의 포괄자론은 주객도식과 지평성이라는 인간의 인식론적 근본 상황에 대한 비판적 지각을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는 점, 그리고 세계의 절대 부정을 통하여 세계의 절대 긍정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점에서 일치한다.

반면 원효 스님과 야스퍼스의 사상은 조화되기 어려울 만큼 서로 다른 이질적인 측면들을 내포하고 있다. 원효 스님의 사유초월은 존재 자체와의 직접적 합일에 이르러 존재의 평화와 안정을 성취하지만, 야스퍼스의 초월은 언제까지나 존재와의 완전한 합일에 도달하지 못하고 실존과 초월자는 주객 분열의 근본 상황 속에서 암호 문자를 통하여 간접적인 관련을 맺고 있다는 것이다.

글쓴이는 우리들의 사상적 과제는 단지 동양적, 전통적 사고 방식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한다. 고유한 전통의 현대적 의미를 발굴하여 이 시대의 것으로 재창조하는데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제를 위해 동양적 전통과는 이질적인 서양적 사고 방식에서 우리의 전통적 사고 방식을 끊임없이 반성하고 변혁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런 점에서 우리 나라의 전통사상을 대표하는 원효 스님의 사상과 현대 서양의 대표적 실존 철학자 야스퍼스의 사상 전반에 대한 비교철학적 고찰은 큰 의의를 지낸 것으로 보인다.

김중근 기자
2000-07-20
 
한마디
닉네임  
보안문자   보안문자입력   
  (보안문자를 입력하셔야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내용입력
  0Byte / 200Byte (한글100자, 영문 200자)  

 
   
   
   
2025. 12.7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