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시(禪詩)에 대한 고찰은 새로운 국문학 영역의 개척이다. 앞으로 선시의 발굴·정리·고찰은 국문학의 지평을 넓힌다는 의의를 지니게 될 것이다." 인권한 교수는 선시가 국문학(사)에 차지하는 의의를 밝힌 '한국불교문학연구'에서 선시 연구의 필요성을 이렇게 주장했다.
서산대사 휴정스님의 선시 세계를 집중 조명한 <휴정의 선시 연구>(아름다운세상)가 국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김형중 교법사(명성여고)의 박사학위 논문인 이 책은, <청허당집>을 비롯 스님의 창작 선시에 대한 특성과 그의 선시론 그리고 문학사적 의의를 살피고 있다.
이 책은 휴정 스님의 선시문학을 중국 당·송시대의 왕유·두보·한산 등의 선시를 어떻게 수용 발전 시켰는가, 선시 이론을 한시에 어떻게 접목하였는가, 한국 선시문학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가 등으로 크게 나눠 살피고 있다.
특히 휴정스님의 시집인 <청허당집>의 판본 네가지(초간본·용복사본·태안사본·묘향장본)를 처음으로 비교 검토하여, 시의 특성과 사상을 살핀 것은 이 책만이 지니는 장점이다.
<청허당집>에 수록된 모두 611수의 시를 토대로 글쓴이는 △오언절구로 압축 △즉흥적 △슬픔과 한의 정서 △깊은 철리 함축 △다양한 시체 구사 등 11가지의 특징을 꼽고 있다.
이처럼 휴정스님은 중국 당송 문호들의 시를 수용, 나름대로의 선시 이론을 정리하여 조선 선시를 완성하였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글쓴이는 휴정스님의 선시가 조선후기 선시단에 영향을 주었을 뿐 아니라 조선 한시에도 선가의 깊은 사색을 통한 창작에 영향을 주었다고 보고 있다.
휴정스님의 시에는 당나라 시에 뒤지지 않는 명시가 많다. 선가뿐만 아니라, 한시단에서도 승속을 막론하고 사대부들까지 아낌없는 받았던 사실, 그리고 일본에 <청허당집>과 <선가귀감>이 유통되었던 점으로 보아 휴정 스님의 시는 한국 한시사에 높게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값 2만원. 김중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