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10.18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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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피우고...인두로 지지고
<황국성> 유유상종(類類相從)인가? 서로 뒤질세라 기발한 재료를 사용하는 작가 3명이 같은 장소에서 나란히 전시를 열어 눈길을 끌고 있다.

7월 22일까지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대표 박강자)에서 각각 개인전을 여는 최미자 양대원 차명희씨. 제사지낼 때 쓰는 향을 태워 작품을 만든 최미자, 무시무시한 인두로 종이를 지져 작품을 만든 양대원, 목탄을 재료로 삼은 차명희씨 3인이 전시회를 갖고 있다.

서양화가 최미자 씨의 그림은 언뜻 보기엔 벽으로 보인다. 하얀 캔버스 위에 드문 드문 기다란 흔적들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바로 향이 연기로 산화한 자국들이다. 작가는 실체는 떠나보내고 남아있는 흔적과 상처를 그림자처럼 표현하기 향을 피웠다고 한다. 향자국이 만든 선들은 작가의 손에 의해서 그어진 인위적인 선이 아니라 향이 타들어 가면서 자연스럽게 만든 선이다.

불교에 관심이 많아 향을 재료로 골랐다는 최씨는 마음 속의 간절한 기원을 그림 그리는 행위와 종교적인 의식에 일치시키려는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캔버스 앞에 천으로 접은 종이배를 축 늘어뜨려놓은 설치작품 역시 종교적인 염원을 기원하고 소망을 실어보내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양대원씨의 전시주제는 `외출'이다. 인두질작가로 불릴 정도로 인두를 즐겨 쓰는 그는 이번에는 인두질 횟수를 다소 줄였다. 대신 흙물로 씻겨진 차분한 색면들과 기하학적인 직선들을 많이 사용했다. 그럼에도 `투명한 다리'같은 작품에서는 여전히 셀 수 없이 많은 인두자국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98년 `섬'을 주제로 한 개인전에 이어 2년만에 열린 이번 전시에선 그는 재료와 기법에서 변화를 꾀했다. 즉 주제는 `섬'에서 `외출'로, 바탕은 광목천에서 종 이로 바뀌었다.

전체적으로 90년대 중반 이후 서서히 인두질이 사라지고 차분한 중간색조의 색면으로 처리한 작품으로 변해가는 느낌이다.

한국화가 차명희 씨의 작품은 흰색 물감이 칠해진 한지 위에 목탄으로 긁거나 그어서 생긴 선들이 방금 지워진 흔적의 잔상을 떠올리게 한다. 그 잔상은 때론 아름다운 겨울 풍경이 되기도 하고 때론 잔잔한 수면 위에 펼쳐지는 자연의 서정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작가는 철저히 배제된다. 눈으로 보여지는 세계이기 보다 마음으로 포착한 그림이기 때문에 종이 위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것은 관람자의 몫이라는 것. 그것이 바로 자신이 추구하는 `한국화의 추상 '이라는게 차씨의 설명이다. (02)720-5114
2000.07.10. 매일경제
2000-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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