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 시선을 잡아끄는 책이다. 시인 현주하 씨의 산문집 <절에서 만난 사람들>(명상)이다. 만난 사람들은 바로 고암·구산·법흥·해월·법정 스님 등 일명 이 시대의 큰스님들이다.
글쓴이는 이들의 인간적이며 솔직한 삶의 이야기와 은밀한 사생활을 들추어낸다. 그 동안 큰스님들의 법문과 수행담을 엮은 책은 많이 출간됐지만, '사생활(?)'을 담은 책들은 거의 없었다.
이 책은 스님들의 수행 뒤의 이야기와 재미있는 일화 등을 통해 우리가 미처 몰랐던 '스님 세계'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여기 소개된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구산 스님이 계시는 송광사 삼일암 문을 열었는데 아무도 없었다. 되돌아 나오는 순간 마루에 푸대 자루가 꼿꼿하게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푸대를 만지는 순간 구산스님이 얼굴과 팔다리를 불쑥 내밀어 놀라게 한다. 스님은 방안이 뜨거워 잠이 와 밖으로 나와 있는 것이라며 미소를 짓는다. 일면 푸대속의 정진이야기다.
이처럼 이 책에는 국수를 삶는 법정스님, 10분 늦게 군불을 지펴 물을 뿌리던 해월스님, 여자의 유혹을 참지 못해 망신당한 스님, 한 처녀의 눈물겨운 삭발을 비롯, 글쓴이가 직접 경험한 절집 생활 등 짧막한 이야기 55편이 굴비 엮듯이 줄줄이 엮여져 있다.
이 책의 이야기들은 소설처럼 극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담백하고 잔잔한 이야기들을 읽어 가다 보면 마치 큰스님들과 함께 있는 듯 편안한 느낌을 갖게 한다. 또한 내가 잘 접할 수 없었던 스님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는 즐거움도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다. 값 7천5백원 김중근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