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10.18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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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묻는 박이문 "나의 출가"
영원한 물음>(민음사)은 '나'를 중심으로 펼쳐 가는 수필이지만 단순한 개인사의 고백을 넘어 삶과 존재의 궁극을 체득하면서 얻은 사상의 깊이가 배어 나온다.

원로 시인이면서 철학자인 박 교수의 글은 치열한 참나 찾기의 열정으로 읽힌다. '세속적 욕망을 끊고 구도의 길로 접어드는 출가는 인간적으로 얼마나 치열한 실존적 결단을 요구하는가'라고 자문하는 글쓴이는 "이제부터라도 출가정신으로 철저하고 치열하게 살아야겠다"고 토로한다. 이 책의 제목에 '출가'라는 단어를 쓴 이유를 알게 하는 대목이다.

책머리에서 스스로 '나는 불교신자가 아니다'고 밝힌 글쓴이가 출가에 큰 의미를 두는 이유는 무얼까.

그가 지난 삶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삶을 전망하고 설계하고자 이 책을 썼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승려와 철학자>등 불서를 통해 깨달음의 세계를 간접 체험하면서 부끄러운 자신을 발견했던 것이다. 진리와 삶에 목말라 그 답을 찾기 위해 학문의 길에 입문, 한국에서 프랑스로, 미국으로 다시 한국으로 오가며 문학과 철학, 미학, 사회학, 그리고 생태학까지 두루 섭렵했지만 아직도 자신의 물음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이 책에서 종교적 구도와도 같았던 자신의 학문 궤적을 되집고 있다. 모두 3부로 나누어 반세기 동안의 정신적 편력과 지적 방랑의 과정을, 교단을 떠나면서 제자들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들과 함께 솔직하고 자세하게 적고 있다. 1부 '나의 길 나의 삶'은 삶을 회고하는 내용이고, 2부 '사랑할 시간이 없다'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관한 물음과 그 대답들로 채워져 있다. 3부 '고별강연'은 지난 2월 포항공대 정년퇴임 때 한 강연이 실려 있다. 이 글을 읽어갈수록 글쓴이의 삶의 행로를 결정한 존재와 세계의 본질에 대해 품었던 질문에 우리 역시 동참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글쓴이는 말한다. 도대체 존재의 진리란 것이 있는지 아직도 알 수 없다. 세상과 나 자신을 명확하게 투명하게 찾아낼 수 있는 방법은 점점 더 찾기 어려워진다고. 하지만 그의 모든 존재와 세계의 투명한 진리를 찾는 질문하기는 계속되고 있다. 글쓴이의 지칠 줄 모르는 '영원한 물음' 던지기가 우리를 놀라게 하고 감동을 준다. 그 같은 삶이 바로 깨달음 찾아 '출가'한 삶이 아닐까. 값 6천원. 김중근기자

2000-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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