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10.17 (음)
> 문화 > 출판
불교 발원문 '가사문학의 뿌리'
가사는 고려말에 발생한 이래 조선조에 들어와 크게 융성한 문학 형식으로 시조와 함께 우리 전통 시가의 양대 축을 이루어왔다. 그 발생 기원에 대해선 여러 견해가 있어왔는데, 고려의 경기체가에서 발생했다는 설을 비롯해 시조 발생설, 민요 발생설 등이 대표적이다.

고려말 나옹화상이 지은 <서왕가>에서 출발해 조선시대를 거쳐 최근까지도 주로 승려들에 의해 창작되어온 불교가사는 지금까지 사대부가사, 평민가사 등과 더불어 가사문학의 한 갈래로 자리매김되어 왔다. 그런데 이러한 국문학사상의 통설을 뛰어넘어 가사문학 자체가 불교가사에서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책이 출간됐다.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임기중 교수가 최근 펴낸 <불교가사 원전연구>(동국대학교출판부)는 순수 불교가사 108편을 모아 한글원전을 주석한 책이다. 이를 다시 국한 혼용문과 현대문으로 풀이해 본래 가사가 담고 있는 뜻을 명확히 했다.

임 교수는 이 책에서 가사문학의 한 분야로만 다루어온 불교가사를 완전히 재해석하고 있다. 기존의 통설을 뒤집고 오히려 '한국 가사문학의 발생은 불교의 발원문에서 비롯되었으며 불교가사가 한국 가사문학의 효시'임을 증명해 보인다.

고려가요, 경기체가, 민요 등 가사문학이 나오기 이전의 한국의 전통 시가는 한 줄이 세 개의 소리마디로 된 3음보였는데 어떻게 4음보의 가사문학이 나올 수 있었을까? 임 교수는 한문으로 된 불교의 발원문을 우리 말과 글로 바꾸면 자연스럽게 4음보의 가사체가 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불교의 게송은 4구게가 기본이고, 발원문을 우리 말과 우리 글로 누구나 쉽게 염송하고 기억하도록 하려는 데서 4음보 가사체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불교가사, 유교의 가사, 동학가사, 천주가사 등 한국 가사문학의 핵심 축이 종교가사의 전통으로 이어져 내려왔다는 점 또한 불교가사가 한국 가사문학의 효시로 가사문학을 이끌어온 원동력이었음을 보여 주는 한 예라고 설명한다.

이렇게 볼 때 가사체의 발생시기는 고려말이 아니라 신라의 원효 스님이나 의상 스님의 발원문이 나타나는 7세기경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고 덧붙인다. 다만 한글로 구체적 형태가 나타나기 시작한 게 고려말 나옹화상의 <서왕가>라는 것이다.

원전표기와 작자, 출전을 근거로 불교가사 작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얻은 몇 가지 소득도 빼 놓을 수 없다. 특히 춘원 이광수의 불교가사 세 편을 찾아내 정리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소설 <원효대사>에 들어있던 '원효대사 법회송'과 '문', '청정행' 등은 불교가사가 각 시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지성층에 의해 지어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수많은 이본을 낳은 '회심곡'에서 보듯 불교가사의 유통 주체는 일반 대중이었고 대중적 놀이의 공간에까지 들어갈 정도로 불교가사는 신분과 계층을 초월하는 공감대를 얻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밖에 원전표기를 바탕으로 '회참곡'을 '환참곡'으로 바로잡는 등 몇몇 작품의 이름을 바로 잡은 것도 결코 작지 않은 성과다.

이 책의 머리격인 1편의 불교가사에 대한 개관은 17세기부터 현대에 이르는 불교가사의 변천과정과 주요 작자층, 구성원리 등에 대한 해설을 담았다. 값 6만원.

권형진 기자
2000-11-18
 
한마디
닉네임  
보안문자   보안문자입력   
  (보안문자를 입력하셔야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내용입력
  0Byte / 200Byte (한글100자, 영문 200자)  
 
   
   
   
2025. 12.6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