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2월, 벤처 창업 컨설턴드인 코미사가 불교의 나라 미얀마의 광활한 황무지 위를 오토바이로 달리고 있다. 그는 그 여정에서 한 스님을 만난다. 코미사는 오토바이 뒤에 스님을 태우고 하루 종일 먼지 나는 길을 달려 사원에 도착한다. 그런데 목적지에 도착한 스님은 난데없이 자신을 처음 만난 그 자리로 다시 데려다 달라고 요구한다. 어처구니 없어하는 코미사에게 그 절의 주지스님은 화두 하나를 건넨다. "계란을 1미터 높이에서 떨어뜨리되 깨뜨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과연 이 화두의 해답은 무엇이고, 이 화두는 우리 인생이나 벤처와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그 해답은 바로 한 풋내기 창업자의 창업기를 통해 하나씩 밝혀진다.
21세기형 벤처 자본주의와 참선의 화두를 섞어놓은 <승려와 수수께끼>(이은선 옮김, 바다)는 직업과 사업에서 진정한 성공의 의미를 묻는 인생 교훈서다. 그러나 이 책의 진정한 매력은 이 책이 단지 실리콘 밸리와 벤처 기업의 성공을 위한 사업 컨설팅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글쓴이 랜디 코미사가 자신의 인생과 실리콘 밸리를 이야기하는 것은 '인생에서 어떤 일을 택할 것인가', '우리가 하는 사업의 목적과 비전은 무엇인가', '여행으로서의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하는 인생과 가치관의 문제를 말하기 위해서다.
그는 사업과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목표가 아니라 과정, 즉 일 그 자체라고 강조한다. 사업을 가치 있게 하는 것은 재정이 아니라 애정이라는 것이다. 또 돈보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기업문화를, 숫자상의 관리가 아니라 비전에 의한 통솔을 말한다. 그는 사업상의 성공이 아니라 개인적인 성공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대부분 이 책에 나오는 창업 지망생 레니처럼 일확천금을 꿈꾼다. 그런 다음 행복한 삶, 여행 등 진짜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는 말한다. 하지만 글쓴이는 충고한다. 그것은 과정에 있는 것이지 결과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과정을 잃어버리고 결과적으로 성과와 돈에 집착했던 벤처에 대한 글쓴이의 비판은 설득력을 갖는다. 이 책은 총체적인 인생설계를 외면한 채 현재만을 중시하는 요즘 세대에 우리가 늘 간과하고 지나쳤던 진리를 생생한 현장의 소리로 전해 준다. 값 7천8백원.
김중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