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10.17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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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성인이 나눈 동양사상의 정수
"인간은 번민이 많은 존재입니다. 그 번민으로부터 구제하려는 것이 나의 근본 바람입니다. 그래서 생사 문제에 관하여 가장 힘을 기울여 가르침을 폈던 것입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삶과 죽음(生死觀)의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주장을 펴자 조용히 듣고 있던 공자와 노자는 고개를 끄덕인다. 이렇게 석가모니 부처님을 비롯해 노자, 공자 세 성인은 서로의 사상과 철학에 공감하고 때로는 격론까지 벌인다.

시공을 초월한 '동양 세 성인의 가상토론회(三聖會談)'를 주선한 사람은 일본 동양학 연구의 태두로 평가받고 있는 모로하시 데쓰지(1883∼1982). 유불선(儒佛仙)의 거두들이 벌인 토론회의 내용은 담은 <공자 노자 석가>(동아시아, 심우성 옮김)는 그가 백수에 쓴 동양학 연구의 결정체다. 그는 왜 이 책을 쓰려 했고 100살에야 이 책을 쓸 수 있었을까. 그는 자신이 평생에 걸쳐 이룩한 학문이 몇 명 학자들에게만 돌아가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렇지만 어렵고 복잡한 것을 쉽게 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잘 알고 있었던 그였기에 100년 이란 세월을 기다린 것이다. 그렇게 평생 고민하다 '삼교도(三敎圖)'란 그림을 보고 삼성회담이란 기발한 구상을 하고 이 책을 세상에 내보냈다.

이 책에서 세 성인은 생과 사, 중도와 중용, 인과 자비 등 9가지를 큰 주제로 격의 없는 토론을 벌인다. 글쓴이가 이 토론회를 기획한 것은 무엇보다 동양사상을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세 성인이 자신의 생애를 직접 이야기하는 형식을 취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또한 서로간에 의견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지 못한 부분들을 질문함으로써, 유·불·선 삼교의 공통점과 다른점을 구별할 수 있는 변별의 힘도 갖게 도와준다.

음식과 취미 그리고 산수 등 가벼운 주제에서 시작해 점차 심도를 높여나가는 서술방식도 흥미롭다. 이 책의 내용 전개는 질의 문답이지만 간혹 격론도 펼친다. 이를테면 석가모니 부처님이 "노자님은 '도'를 만물의 근원으로 생각하면서 '무'라고 표현하셨지만, 그 점은 내가 설명하는 공과 너무나 비슷합니다."라고 말하자, 노자는 "얘기가 좀 이상하군요. 서로 그런 논의는 그만두기로 하지요. 원래 '공'이니 '무'라는 것이 없는 것이라면 의논도 설명도 무이고 공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말문을 막는다. 이를 듣고 있던 공자는 "그렇다면, 노자께서는 '도'를 '무'라고 단언하지 않고 '현(玄)'이라고 하는 어려운 표현을 쓰셨습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어디 그렇게 말했습니까"라고 노자가 되묻자, "첫 장의 유명·무명이 그것이 아니오"라고 공자가 맞받아 친다. 그제야 노자는 "현은 '현묘불가식(玄妙不可識)'으로 알아달라"고 주문한다. 첨예한 이 토론은 "꽤 깊이 생각했군요, 본래 나도 그것은 공 또는 불이(不二)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었지요"라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중재로 일단락 된다.

글쓴이는 이러한 방법으로 일반인들이 구별하기 어려운 공(空), 무(無), 천(天)이라는 삼교의 핵심 사상을 자세하게 풀어준다. 이는 더 나아가 중도(中道)와 중용(中庸), 인(仁)과 자비(慈悲) 등의 개념에까지 접근한다.

세 성인의 가상토론회를 지상 중계하는 형식으로 구성된 이 책은, 글쓴이의 해박함과 읽는 재미가 보태져 동양사상의 진수를 이해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특히 일본에서 18년 간 33쇄를 거듭한 스테디셀러란 점에서도 이 책의 가치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값 9천원.

김중근 기자
2001-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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