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승려문인 정휴 스님이 <종정법어집>을 마지막으로 '문학수행 40년'을 갈무리하는 전집 10권을 완간했다. 이 전집에는 그 동안 여러 언론매체에 기고한 수필과 칼럼, 고승 평전, 소설 등이 담겨 있지만, 그 핵심은 정휴 스님 문학 행적과 옛 선사들의 수행 철학을 반영한다. 이것이 이 전집의 매력이다.
정휴 스님은 이 전집을 "인간의 향기가 뿜어져 나오는 깨달음의 길이 환하게 열리는 구경의 길을 제시하고자 몸부림쳤던 40년 수행 생활의 총정리"라고 자평했다.
-문학을 하게된 동기는 무엇인지.
"사찰은 사랑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자비도량이다. 하지만 나는 동자승 때 자비의 도량에서 인간적인 체온을 느낄 수 없었다. 수행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수행자를 만나지 못했던 것이다. 수행자의 삶이 세속사람들과 다른 이유는 집착이 없는 삶인데 모두들 그곳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수행의 진실을 체득하기 위해 불서를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문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전집을 별도로 펴내게 된 이유는.
"나무들도 때가 되면 버릴 줄 안다. 수행자도 마찬가지이다. 문학을 하건, 포교를 하건, 수행을 하건 때가 되면 버려야 한다. 특히 수행자라면 버리고 또 버려서 집착 없는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 그것은 곧 가벼움이고 궁극에는 적멸이다. 이런 점에서 수행의 길이란 끊임없는 버림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이제서야 그 동안 문학을 하면서 수없이 써온 글들이 집착임을 알게됐다. 그래서 이 모든 것을 버리기 위해 전집작업을 시작했다. 그렇다고 버림과 떠남도 함부로 해서는 안될 일이다. 잘못된 버림은 중생들의 해로움으로, 잘못된 떠남은 오히려 더 큰 집착으로 되돌아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대로 버리고 떠나기 위해 그 동안 써온 글들을 정리했다. 이 전집으로 인해 그 동안의 쌓은 문학 업식을 70%정도 버렸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나머지 30%정도의 업식을 버리는 것으로 수행을 삼을 생각이다."
-이 전집이 담고 있는 큰 주제들은 어떤 것인가.
"불교문학이 다루고 있는 주제는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그 중에서 나는 오랫동안 선사들의 삶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들의 오도적 삶을 분석하고 체현하는데 온 삶을 쏟았다. 선사들은 인간적 슬픔과 고뇌를 깨친 마음으로 받아들이면서 비우는 일에 치열한 열정을 쏟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기 초극과 해탈을 위해 먹고 자는 일을 포기하고 자기 몸 속에서 살점이 빠져나가는 정진을 한 선사들…. 이처럼 자기 고통의 근원을 깨닫는 일이 불교에서 말하는 깨달음이 아닐까. 이러한 선사들의 수행담을 탐구하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또한 나의 수행의 삶을 반추하는 거울이기도 했다."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어록이 있다면.
"내가 읽은 어록 가운데 감명 깊게 읽지 않은 것이 없다. 굳이 꼽으라면 <임제록>이다. '인간적 고뇌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나의 의문을 명확히 풀 수 있었기 때문이다. 번뇌가 있는 곳에 부처가 있다는 '번뇌가 곧 부처', 부처, 조사, 보살 등에 얽매이지 말라는 '살불살조', 그리고 일없는 사람이 참사람이라는 '무사진인' 등의 가르침은 인간의 해탈 정신을 완벽하게 구현한 사상이다. 이처럼 임제 스님만큼 불교의 본질과 인간의 미명을 극명하게 파헤친 선사는 없다."
-향후 스님의 과제는.
"전집이 40년 문학인생, 즉 정신적인 측면을 정리했다면, 이제는 육체를 버리는 일을 하고 싶다. 그것이 내 스스로 부도를 만들고 비문을 쓰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리고 그리운 사람을 기다릴 것이다. 그 사람은 진정한 자아를 이룬 나의 다른 모습이다."
10권의 전집을 손에 쥔 정휴 스님은 "깨침의 안목을 열려면 한사람을 보는 것이 아니라 만인을 보야 한다"며 "전집 완간의 의미를 집착 없는 삶을 살아가겠다는 제2의 출가로 봐 달라"고 주문했다.
우리출판사에서 펴낸 정휴 스님의 전집은 수상집 <어디서 와서 무엇이 되어 어디로 가는가>, 사회문제를 불교적 시각에서 담은 칼럼집 <선재의 천수천안>을 비롯 <깨친 사람을 찾아서-전강평전>, <슬플 때마다 우리 곁에 오는 초인>, <적멸의 즐거움>, <열반제>, <선문에 뜨는 달은 말을 하더라 1·2>, <고승평전>, <종정법어집> 등이다.
김중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