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2000년 서울 국제문학 포럼'에 참가차 내한 한 게리 스나이더(Gary Shyder.70)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시인이자 생태운동가이면서 선(禪)불교사상가다. 그가 동양 선불교에 매료된 것은 바로 일본 선불교를 통해서였다. 미국을 비롯한 서양에서는 선의 일본식 발음인 '젠(Zen)'이 선의 대명사로 쓰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서양으로 넘어 간 '젠'이란 일본식 표현이 우리 나라에 역수입되어 한때 패션에까지 '젠(Zen)열풍'을 몰고 오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일본 선은 우리 나라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책은 우리 나라에선 잘 알려지지 않은 일본 선승들의 일화집이다. 천황을 시봉하는 사무라이를 말 한마디로 설복시킨 하쿠인 에카쿠, 떨어진 꽃송이를 다시 피게 한 겐바쿠 소단, 오줌 묻은 밥을 먹고 깨달음을 얻은 스가와라 지호, 먼지를 핥으며 혀끝의 집착에서 벗어난 묘에, 그림 속의 호랑이를 밧줄로 묶었다는 이큐 등 일본을 대표하는 선승들의 일화 88편이 담겨있다. 선승들의 어록과 일상을 엮은 책인 만큼 선에 대한 지식을 갖추지 않은 일본 독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모았다.
권형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