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란 무엇인가.' 이 물음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끊임없이 제기되어온 인류의 화두다. 이에 대한 탐구도 수많은 사람들이 시도했다. 그리고 그 대답은 종교와 학문 그리고 사상에 따라 달리 해석되어왔다. 최근 출간된 <끝없는 물음, 인간>(소나무)은 그런 다양한 탐구 가운데 종교, 학문 그리고 한국의 전통사상 등 세 개의 창으로 나눠 인간에 대해 묻고 답한 연구서다. 글쓴이는 10여 년 동안 대학에서 '인간론'을 강의해 온 이효범(효문화연구소장) 교수.
인간에 대한 종합적 이해를 목적으로 한 이 책은, '인간은 소우주'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소우주인 인간의 오묘함을 밀도있게 살피기 위해 여러 관점과 분야로 서술 범위를 확대해 간다.
인간에 대한 정의는 '정의'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다양하다. 관점의 차이 때문이다. 종교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교리나 사유에 따라 인간을 보는 시각은 천양지차로 갈라진다.
그렇다면 불교에서는 인간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까. 글쓴이는 여러 경전을 토대로 '불교의 인간론'에 대해 천착한다. 그는 우선 <비유경>의 '흑백이서(黑白二鼠)'의 비유에서 가장 쉽게 불교의 인간을 엿볼 수 있다고 말한다. 광야를 헤매는 나그네는 미망한 인간의 생활을, 코끼리는 무상을, 빈 우물은 생사의 샘을, 독룡은 죽음의 그림자를, 네 마리의 독사는 인간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사대를, 칡넝쿨은 생명선을, 검은 쥐와 흰쥐는 밤과 낮을, 다섯 방울의 꿀물은 오욕락을 비유한 것이라고 한다. 즉 인간은 무지하여 그릇된 망상 속에서 오욕락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인간을 범부라고 일컫는 것도 이 때문이란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인간의 현실적인 모습을 보고 이로부터 벗어나는 길, 즉 해탈의 길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불교에서의 인간은 실천적 수행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글쓴이가 불교의 관점에서 인간을 '해탈을 지향하는 고통스런 존재'라고 정의한 것도 그 까닭이다. 반면 기독교에서 인간은 구원의 존재라고 말한다. 인간은 그 자체로 죄인이며, 그 원죄는 예수의 부활로 구원의 가능성이 열렸다는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우리의 역사 속에서 빼어난 사상가인 원효 스님은 인간을 어떻게 보는지도 살피고 있다. 그 중에서 글쓴이는 '원효의 인간론'을 탐구하면서 가장 이상적인 인간의 모습은 '보살'임을 강조한다. 보살은 깨달음을 향해 가는 중생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글쓴이의 이러한 주장은 원효 스님의 <기신론>, <금강삼매경론> 등에 나타난 원효 스님의 사상을 깊이 있게 탐구한 결과다.
이밖에도 글쓴이는 인류학, 생물학, 신경생리학, 심리학, 철학 등의 분야에서는 인간을 어떻게 이해하며 정의하고 있는지 살핀다.
인간을 탐구한 다양한 이론과 사상을 정의하고 있는 이 책은, 인간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혀줌과 동시에 복잡한 인간의 정체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이 책을 통째로 삼켰다 해도 인간이란 존재에 대한 의문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 인간에 대한 의문은 끝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값 1만3천원.
김중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