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는 철저하게 비문단적 시인이라는 것,혁명적 독립운동가이지만 혁명적으로는 실패자이고 지사로는 한 전범이라는 것,종교를 사회와 하나의 연결로 인식함으로써 새로운 종교의 얼굴을 그려낸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고은 시인이 쓴 ‘한용운 평전’(고려원)이 나왔다. 흔히 ‘평전’하면 그 인물의 좋은 점만 부각하는 경우가 많은데,이 책은 한용운의 빛과 그늘을 골고루 보여주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만해 한용운은 민족대표 33인 중 변절하지 않은 지사였고,‘님의 침묵’이라는 명시를 남긴 탁월한 시인이다. 특히 일제 하에서 불교의 자주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종교인이었다.
하지만 한용운에게도 그늘이 있다. 부모의 뜻으로 일찍 결혼한 후 부인과 아들을 두었으나 평생 돌보지 않았고,출가 후에도 불교 교단의 계율을 무시하고 스캔들을 일으키기도 했다. 조선총독에게 승려에게 대처를 허용해야 한다는 건의문을 보내기도 했다는 점 등이 낱낱이 공개됐다.
인권운동에 투신해 투옥되는 등 만해처럼 사회참여를 해 온 시인 고은이 필력이 왕성하던 70년대에 완성한 작품이다. “역사를 살아가는 것보다 큰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역사는 시대가 필요로 할 때마다 다시 쓰여지지만,역사 가운데에서 한용운을 쫓아낼 수 없다”는 시인의 말에서,영웅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한용운의 모습을 그리고자 한 노력이 엿보인다.
2000.09.03 스포츠 투데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