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라고 느끼기 전이 본 생명입니다. 부처님께 본 생명을 회복하는 법을 배우기 위하여 우리는 불교에 귀의하는 것입니다."
부처님께 귀의하는 근본 목적을 적은 이 글은, 개화기 최초의 여류문인으로 여성운동 등을 주도했던 화려한 경력을 뒤로하고 입산했던 일엽 스님이 어느 신도부부에게 보낸 편지글의 일부다.
예산 수덕사 비구니 암자 환희대는 1월28일 일엽 스님의 입적 30주기를 맞아 스님이 입산 후 남긴 선 어록과 수상 그리고 서간문을 정리한 선 문집 <일엽 선문>을 내놓았다.
근대 한국불교의 대표적 비구니로 일컬어지는 일엽 스님(1896∼1971)은 '한국 최초의 여류문인', '개화기의 여성 운동가'로 널리 알려진 인물. 하지만 이러한 이미지에 가려 스님의 구도자적 삶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만공 스님의 법문을 듣고 출가한 일엽 스님은 '문자는 망상'이라는 스승의 가르침에 따라 30여 년 동안 글을 쓰지 않는 것을 물론 산문을 나가지 않고 장좌불와(長坐不臥)의 용맹정진을 해 수행자들의 사표가 됐다. 또한 춘성·청담·혜암·동산 스님 등 당대 선승들과의 교류와 비구니 총림 건설을 위해 연극을 공연하는 등 불교계의 발전에 공헌 그리고 노년의 병중에도 여러 신도들에게 법문을 했던 사실들은 지금까지도 전해지고 있다.
일엽 스님의 문집은 지난 74년 스님의 입적으로 기리기 위해 입산 전에 쓴 글과 노년에 쓴 선문들을 모아 <미래세가 다하고 남도록>이라는 이름의 상하 두 권으로 출간됐다. 이번에 출간된 이 문집은 스님의 문도와 법손들이 입산 후에 쓴 법어와 선문만을 가려 뽑아 스님의 선과 구도의 세계에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현대 문법에 맞게 새롭게 엮었다.
이 선 문집은 스님이 쓴 시를 시작으로 법문, 수필, 논설, 서한 등이 실려 있다. 그리고 입적 후의 '추모록'까지 수록돼 있어 스님의 내면 세계뿐만 아니라 당대 선승들과의 정신적 교류와 인간적 면모까지 함께 살펴볼 수 있게 한다. 값 2만원.
김중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