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10.18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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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가 동양에서 배운 진리
서양의 정신세계를 넘나들었던 헤르만 헤세(1877∼1962). 그는 무엇 때문에 동양의 정신세계로 발을 들여놓았을까. <헤르만 헤세와 동양의 지혜>(두레)는 독일의 작가 헤르만 헤세의 작품을 동양 정신의 관점에서 분석한 글이다. 이를 통해 그가 동양의 지혜에 얼마나 심취했고, 또 얼마나 다양하고 깊은 지식을 습득했는지를 보여준다. 바가바드기타와 우파니샤드, 상카철학과 베단타, 요가와 불교사상 그리고 공자와 노자 장자와 열자, 역경과 시경…. 이 수많은 동양의 지혜들을 통해 헤세는 우주의 진리를 깨닫고, 인간의 본질과 삶을 인식하고자 했다. 이것이 그의 주된 문학사상이기도 하다.

글쓴이 이인웅 교수(한국외국어대)는 동양의 정신세계에 깊이 젖어든 헤세 작품의 소재와 모티브, 인물의 출신과 성격, 문학정신과 사상에서 동양적 요소들을 수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중국 지혜의 고전들을 인용하는가 하면, 때로는 동양사상을 자기 나름대로 소화하여 작품화했다는 것이다.

그의 작품에는 불교의 주요사상인 윤회, 번뇌, 열반 등을 모티브로 한 내용이 자주 나온다. 이를 토대로 불교의 관점에서 그의 작품을 살펴보자.

번뇌에 관한 교훈이 문학적으로 자주 표현되는데 인도의 시(詩)를 책으로 엮은 <싯타르타>가 대표적이다. 고타마 장에서 헤세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그대로 받아들여 자기 방식대로 문학화 하고 있다. <싯타르타> 이외에도 헤세의 작중 인물들은 대부분 번뇌하는 사람들이다. <수레바퀴 밑에서>의 한스 기벤라트와 헤르만 하일러, <유년시절의 영혼>의 일인칭 인물, <클라인 바그너>의 프리드리히 클라인, <데미안>의 에밀 싱클레어 등 수많은 인물들이 그렇다. 이들은 자신의 운명을 긍정하며 그에 순응하는 데, 이는 번뇌로부터의 벗어남을 의미한다. <차라투스트라의 귀환>에서의 번뇌란 자신의 운명을 변화시키지 않으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헤세는 '삶이 곧 번뇌(苦)'임을 문학 작품을 통해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그는 또 1918년에 쓴 <한편의 일기>에서 고통을 두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고통 그 자체로서의 고통과 극복을 추구하고 운명과의 순수한 조화를 이루고자 하는 의식적 노력으로서의 고통이 그것이다.

불서 읽기를 즐겼던 헤세는 1910년에 발표한 소설 <게르트루트>에서 윤회사상을 기둥 소재로 쓰고 있다. 또 <크놀프>의 주인공인 방랑아의 인생사에서도 모든 피조물의 환생과 관련된 죽음의 필연성에 대한 동양적 사상이 상징적으로 제시되고 있고, <갖가지의 죽음>이란 시에는 삶과 죽음이라는 수많은 차원에서의 동양적 환생에 대한 사상이 더욱 분명하게 표현돼 있다. 이러한 헤세의 불교적 윤회사상은 크네히트의 영혼이 인간의 형상으로 나타난 모습에 관한 기록들, 즉 <유리알의 유희>에 서술된 '이력서들'이라고 이름한 다섯 개의 기록적인 작품에서 가장 분명히 알 수 있다. 이밖에도 그의 작품들 속에는 곳곳에 불교의 사상이 흐르고 있다.

헤세는 진정한 '나'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위해 글을 썼다고 한다. 이는 헤세의 문학세계가 동양사상 특히 불교 사상에서 발원하였음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값 1만5천원.

김중근 기자
2000-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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