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10.18 (음)
> 문화 > 출판
헨리 그룬왈드 '나는 마음으로 봅니다'
"장애가 없는 사람이 없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기 때문에 장애가 오면 없는 것에 매달려 좌절부터 한다. 어렵고 힘들지만 남아 있는 것을 더 소중하게 여기면 더 큰 보상을 받게 된다. 나는 시력을 잃어 보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마음이 아프지만 아직 볼 수 있는 것에 대해서 환희심을 느낀다."

20여 년 동안 타임지의 편집인으로 살아온 헨리 그룬왈드 씨가 쓴 <나는 마음으로 봅니다>(사과나무)는 그가 불치의 눈병 '황반변성'에 걸려 시력을 잃어 가는 과정, 그리고 내면의 성찰을 통해 마음의 눈을 떠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 책은 글쓴이가 컵에 물을 제대로 따르지 못해 새로 안경을 맞춰야겠다고 생각에서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불치의 눈병(황반변성증)이란 사실은 평생 글쓰기와 읽는 일에 종사한 글쓴이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시력을 잃는 것이 죽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자신의 병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평소 의식조차 못했던 '눈'에 대해 모든 관심을 집중한다. 시력을 되찾는 데 의학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눈이 어떻게 작동하며 어떤 진화 단계를 거쳤는지, 그리고 문화와 예술 분야에서 '시각'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탐구한다. 물론 종교적인 측면에서도 접근한다. 그 과정에서 그는 육신의 눈이 아닌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법이 있음을 알게 된다. 사물을 보는 능력이 떨어지면서 내면을 보는데 매달렸던 결과이다.

그는 이런 탐구뿐만 아니라 마음으로 보기에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다. 그 가운데 하나가 눈이 흐려지기 이전에 만끽했던 추억에 다시 떠올려 보며 상상력을 키우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면서 그는 보통사람들은 보아야 할 것은 보지 않고 표면적으로만 눈을 이용한다는 평범한 진리도 배운다. '백 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게 낫다'는 말에도 이의를 제기한다. 시력이 떨어짐과 동시에 그를 둘러싼 현실이 점점 뿌옇게 변하기 시작하면서 그는 정상적으로 보는 것이 어떤 것인지, 어떻게 볼지,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는 게 무엇인지 계속 반추한다. 이러한 그의 마음의 눈뜨기는 예술품 감상으로 더욱 본격화된다. 예술 감상의 첫 번째 원칙이 사람들은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상상력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원칙은 곧 일상사로 이어진다.

이러한 과정은 통해 글쓴이는 사람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상상으로 본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는 인간에게 있어 눈은 세상을 거울처럼 담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창조하면서 바라보는 것임을 일러준다. 육신의 눈으로 볼 수 없는 한계 속에서 신체의 부자유를 극복하는 법, 즉 마음의 눈으로 인간과 세상을 다시 보게되는 새 생명을 얻게 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단순히 보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또한 잃는 것이 있다면 반드시 얻는 것이 있다는 신념의 산물이기도 하다.

마음으로 보는 것에 대한 깨달음을 얻은 글쓴이는 "병에 걸렸다고 인생이라는 책을 덮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한다. 이는 아무리 불행한 삶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 들이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 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는 것이다. 값 7천원.

김중근 기자
2000-10-07
 
한마디
닉네임  
보안문자   보안문자입력   
  (보안문자를 입력하셔야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내용입력
  0Byte / 200Byte (한글100자, 영문 200자)  
 
   
   
   
2025. 12.7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