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이 돌아왔다. 올해는 일찍 찾아온 추위 때문에 김장을 담그려는 주부들의 손길도 지난해 보다 10여일 빨리 시작됐다. 하지만 ‘김장은 꼭 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주부들은 줄고 있다. (주)두산이 최근 9백여 명의 주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김장을 담그지 않겠다는 답변이 약 70%에 달했다.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고 핵가족화 함에 따라 김장의 양이 줄었고, 김장거리의 값도 크게 올라 사 먹는 것이 경제적이라는 것이 주된 이유라고 한다.
하지만 김치는 단순한 ‘반찬’이 아니라 우리의 소중한 문화이며, 이미 국제적인 음식이다. 19~24일까지 서울무역전시장에서 열린 ‘2002 김치엑스포’에서는 200여 종류의 김치와 국내외 김치제조업체, 저장 및 포장업체 등 5백여 개 업체가 선보여, 천년 동안 이어져온 김치의 우수성을 재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생두릅김치, 장김치, 감김치, 콩잎김치, 연근물김치….
기획전시실에서는 ‘저런 재료로 김치를 담을 수 있을까’ 싶은 다양한 재료를 이용한 김치들이 선보였다. 눈길을 끈 것은 재료뿐만 아니라 지역별 김치의 특징. 지역의 기후나 특산물에 따라 다양한 김치가 만들어져왔다.
경기도에서는 김치를 담글 때는 조기젓과 새우젓을 주로 사용한다. 간장으로 담그는 장김치, 국물이 자작하고 담백한 맛의 쌈김치가 유명하다. 전라도 지역의 김치는 맵고 자극적인 맛이 강하다. 주로 멸치젓을 넣고 양념을 넉넉히 하며 찹쌀풀로 맛을 내는 것이 특징.
경상도 음식은 짜고 매운 편인데 음식에 모양을 별로 내지 않는 소박함이 특징이다. 대부분의 김치에는 멸치젓, 갈치젓, 꽁치젓을 넣는다. 깻잎김치, 콩잎김치, 부추김치, 우엉김치, 더덕김치 등이 있다.
강원도는 김치 속에 오징어, 명태, 조개류, 멸치 등 해산물을 무채와 함께 버무려 넣어 맛을 낸다. 충청도 지역의 김치는 양념을 적게 써 담백한 맛을 낸다. 굴깍두기, 호박김치, 시금치김치, 가지김치 등이 유명하다.
행사 기간 중 주목을 받은 또 하나는 사찰 김치들. 한국전통사찰음식문화연구소(소장 적문)는 표고버섯 단감김치, 취나물김치, 도라지김치, 죽순김치 등 30여 종류의 사찰 약용 김치 전시와 무료 시식행사를 가져 사찰김치를 알리기도 했다. 색다른 재료를 이용한 ‘응용김치’들이 눈길을 끌었다. 사찰김치는 젓갈과 오신채를 넣지 않는 대신 감초와 곡물죽, 견과류를 넣어 영양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특징이다.
사찰김치에도 지역별 특성이 있다. 경기 충청 지역에서는 잣을 넣은 백김치와 깍두기 등을, 전라도 지역에서는 들깨죽을 이용한 고들빼기김치, 갓김치, 죽순김치를 담가 먹는다. 또 경상도 지역은 늙은 호박죽과 보리밥을 이용해 콩잎김치, 깻잎김치, 우엉김치를 많이 담가 먹는다고 한다.
적문 스님은 “자극적인 맛에 익숙해진 일반인들이 오히려 담백하고 정갈한 사찰김치에 큰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소는 개원 10주년을 맞아 27일 오후 2시 ‘사찰 청국장 배우기’ 특별 강좌를 연다.(02)355-5961
기상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경기지방과 충북, 전북, 경남 내륙지방의 김장 적기는 11월 20~30일이고, 전남 내륙과 서해안·동해안 지방은 30일~12월 10일, 남해안 지방은 12월 10일 이후가 좋다고 한다.
여수령 기자
snoopy@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