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오줌 마려우면 말해야 돼요. 식사도 잘 하셔야 되고요.”
“으응, 알았어. 미안시러워서.”
지난 10월 1일 전남 곡성군 겸면 괴정리 873번지, 구 흥산초등학교에 자리한 전남 곡성군의 유일한 노인요양시설 ‘흥산 보금자리’. 이곳 장미방에서는 김진수(50) 원장이 아들의 부축을 받으며 막 병원에서 돌아 온 임순임(94) 할머니의 다친 팔을 만지며 위로하고 있었다.
이어 김 원장은 다음 날 병원에서 한 달만에 돌아오는 박귀례(98) 할머니가 묵을 카네이션방 정리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90세가 넘는 두 할머니와 87세 구부례 할머니 등 다섯 분의 할머니와 할아버지 세 분이 요양중인 흥산보금자리. 지난 해 1월 폐교를 개보수해 문을 연 흥산보금자리는 연륜 만큼이나 소박한 복지시설의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입소한 어르신들과 직원간에는 전혀 거리감이 없었고, 오히려 손녀가 친할머니를 대하듯 다정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흥산보금자리가 다른 복지시설과는 달리 가족적인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김진수 원장의 친정 아버지는 이사장, 고종사촌 동생은 간사, 남편은 연구원 등 온 가족이 소임을 맡아 가족처럼 어르신들을 돌보기 때문.
특히 이 시설은 남편인 김도원(55) 거사가 ‘평생 고생하며 살아온 노인들이 부처님 곁에서 편안하게 삶을 회향할 수 있도록 돕자’며 광주신학대 교수직 사표를 내고 오로지 보시바라밀을 실천하기 위해 함께 뛰어든 사업이라 더욱 뜻깊다.
친정 아버지인 김창희(74) 이사장은 폐교가 되기 전 흥산초등학교에서 16년간 교장을 지낸 인연으로 딸 내외의 보시행을 뒷바라지하고 있다. 친정 어머니 조환요(72) 보살과 함께 농장에서 더덕이며, 도라지, 오가피, 산초 등 한약재와 밤, 매실, 모과, 감 등 유실수, 채소 등을 길러 노인들에게 자연식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고종사촌 동생인 심선효(46) 사회복지사 역시 산더미처럼 쌓인 잡무를 불평하나 없이 도맡아 하고 있다.
김 원장 가족의 보살행이 알려지면서 친정 동네 주민들을 비롯, 그녀를 돕는 이들이 하나 둘씩 늘고 있다.
가장 든든한 후원자는 구양순체의 서예대가인 우송 스님. 스님은 이 불사를 후원하기 위해 정성들여 쓴 서예 작품을 기증하고 있다. 화순 심양사 백산 스님은 1년 동안이나 침술봉사를 해주고 있다. 매달 한번 토요일에 실시해 온 침술봉사로 1100여 어르신들이 육신의 고통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또 인터넷 동호회인 ‘따뜻한 세상만들기’ 회원들은 매달 한번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의료기 회사들도 물리치료기와 찜질기를 한 대씩 기증했다.
흥산보금자리는 지난 8월 20일 곡성군에서는 유일한 노인 용양시설로 인가를 받았다. 그러나 지역복지에 대한 단체장들의 관심은 아직 미약하기만 하다. 그동안 미인가 시설로 홀대를 받아온 걸 생각하면, 즐거운 일이지만 5억원 상당의 출연금을 마련하는게 쉬운일은 아니었다. 연로한 어르신들을 간병하자면 간병인과 촉탁 의사 및 간호원이 필요하지만, 경제적인 여건상 가족들이 직접 몸으로 때우며 경비를 절약하고 있다.
김 원장은 소박한 마음으로 복지시설을 운영하다 보니 돈 보다는 따뜻한 말 한 마디와 손길을 더 기다렸다. 그러다 보니 후원자들에게 손 부끄럽지 않게 도움을 청하는 수완이 너무 서툴다.
어르신 생활시설 제공 위주의 노인복지를 넘어 게이트볼 연습구장, 축구장 제공, 목욕서비스와 노인잔치 등 지역사회복지사업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신흥보금자리. 의지할 곳 없는 노인들과 지역주민들의 보금자리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인고의 시간들이 필요한 듯했다. 물론 불자들의 십시일반의 정성이 있다면 그 기간은 좀더 단축될 것이다. (061)363-3973, 후원구좌 : 농협(예금주 보금자리) 605105-52-002263
김재경 기자
jgkim@buddhapia.com